세무 당국의 잘못으로 세금을 과다 납부했더라도 과세 대상을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토지는 한화가 제주에 가진 7필지의 토지였다. 6필지는 1987년부터, 나머지 1필지는 2003년부터 소유해왔다. 이 토지의 지목은 분리과세 대상으로 세율이 낮은 ‘목장용지’였다. 다만 실제로 목장으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은 일반 토지에 적용되는 합산과세 대상 기준에 따라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를 부과해왔다.
한화는 2013년부터 해당 토지에 건물을 새로 올리고 말을 사육하는 목장으로 사용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2014∼2018년까지도 종전과 동일하게 이 땅을 합산과세 대상으로 보고 재산세를 매겼다.
한화는 일반 토지로 분류돼 더 많이 납부한 세금 약 3억8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다만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을 넘겨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내게 됐다.
1심 법원은 당국의 세금 부과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한화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각 토지 현황에 대해 법령이 정하고 있는 현황 조사를 전혀 하지 않고 이전 귀속연도의 과세자료에만 의존해 합산과세 대상 토지로 보아 과세처분을 한 것은 과세대상과 과세절차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시 당국의 과세 처분이 ‘당연무효’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과세 대상이 아닌데도 세금을 매기는 것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라 당연무효가 된다. 다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과세 대상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라면 과세요건을 오인하더라도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합산과세 대상 토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 과정에서 조사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하자는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이라며 “조사방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한 방법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부과한 것과 같은 중대·명백한 하자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