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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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엔테크 막차”… ETF로 환차익 노린다 [마이머니]

엔화 800원대에 투자 인기

美 금리 인하 따라 곧 엔화 가치 오를 듯
장기채 가격 상승 차익도 노릴 수 있어

한투운용 현물형 상품 11일간 매수세
KB운용, 연금 계좌로 투자 가능 장점
삼성·한화·미래에셋 상품에도 이목
“엔화 완만히 오를 것… 투자 유의해야”

지난 19일 일본중앙은행(BOJ)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면서 엔화 가치 약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뤄지면 엔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자들도 엔화가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눈을 돌리는 중이다. 엔화는 지난 2월 초 이후 약 두 달간 100엔당 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엔 노출 ETF로 환차익 노려볼까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환 헤지(위험 회피) 없이 엔화에 노출된 ETF 상품이라면 엔화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미 장기 국채와 연동된 엔화 노출 ETF는 장기채 가격 상승과 엔화 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 30년 국채 엔화 노출 액티브(H)’ ETF는 지난 12일 상장 후 지난 2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졌다. 약 2주 만에 전체 순자산액 261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30년 국채와 엔화에 동시 투자하는 현물형 상품이다. 현물 자산을 기반으로 매달 분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2위를 기록한 블랙록의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 엔화 헤지’ ETF와 비슷한 구조다. 다만 국내 투자자 수요를 타깃으로 1% 안팎의 환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으며, 분기 배당을 하는 블랙록 상품과 달리 월 배당 혜택을 누릴 수 있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미 국채 30년 엔화 노출(합성H)’ ETF도 블랙록의 장기 미 국채 엔화 ETF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이 상품은 KIS 미 국채 30년 엔화 노출 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아 잔존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채의 투자 성과를 엔화로 산출한다. 한투운용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블랙록 상품과 달리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계좌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본 주식시장 상승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고 싶다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일본 TOPIX 100’ ETF라는 선택지도 있다. TOPIX 100 지수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유동성 및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위 100개 종목을 산출한다.

 

한화자산운용은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ARIRANG 일본 반도체 소부장’ ETF를 운용하고 있다. 일 증시를 이끄는 주요 기업 7곳을 이른바 ‘사무라이7(S7)’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 도쿄일렉트론과 디스코,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등 4곳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주목받으면서 덩달아 큰폭으로 상승했다. 이 상품 역시 환 노출을 통해 엔화 가치 상승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본 엔 선물에 투자하는 ETF를 운용하고 있다. ‘TIGER 일본 엔 선물’ ETF를 비롯해 지수를 역추종하는 인버스 상품과 2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이들 상품은 원·엔 재정 환율을 기초로 하는 엔 선물 지수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엔화 등락에 따른 성과를 가장 잘 따라갈 수 있다.

 

이 상품은 선물 거래처럼 별도의 위탁 증거금이나 파생 계좌 없이 엔 선물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어 만기를 연장하는 롤오버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선언한 지난 19일 이후 27일까지 TIGER 일본 엔 선물 ETF의 개인 순매수 유입액은 80억6000만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엔화 강세 급격하게 나타나진 않을 것”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일본 통화당국이 급격한 환율 변동을 경계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받는 등 불확실성이 커 엔화 환차익을 얻기 위한 단기 투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2월 5일 이후 약 두 달간 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한 지난 19일에는 오히려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아직까지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도) 완화적인 금융시장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연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도표상 올해 최종 금리 상향 조정 시 엔·달러 환율은 151엔 상향 돌파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2분기까지 엔화 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점진적으로 (엔화) 강세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컨설팅 담당도 “일본 전문가 중 54%가 중앙은행이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며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일 간 금리 차이 축소로 엔화 강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해당 시점이 2분기 말에서 3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통화정책과 관련해 “긴축으로 전환했지만 전환 속도는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엔화 강세와 금리 상승도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 기대 약화로 상승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