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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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애플 제친 샤오미 전기차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최연장자인 존 굿이너프 박사는 오늘날 전 세계 전기차(EV)에 동력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니켈 및 코발트 기반 양극재(용량과 출력을 좌우하는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안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초기 개발자이기도 했다. LFP 배터리는 고온에서 폭발하지 않아 안전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다. 약한 출력도 단점이다. 주로 저가형 전기자동차에 사용돼 왔다.

2020년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과 협력한다는 소식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까지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 한국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생산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해 왔다. 저가 중국산 이미지를 가진 CATL, 그것도 NCM보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쓰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중국산 LFP 배터리는 이제 테슬라를 넘어 메르세데스 벤츠, 폴크스바겐, 볼보, 현대, 기아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애용하는 제품이다. LFP 배터리가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이유다.

2021년 3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사업에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상 사람은 반신반의했다. 이후 샤오미는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SU7(중국명 수치)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 28일에는 출시와 동시에 5만대가 넘는 예약 주문이 폭주했다.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이다. 10년간이나 전기차 개발에 매달렸던 애플이 최근 사업을 접은 것과 대비된다.

신형 자동차를 3년 만에 만들어내기는 기존 완성차도 쉽지 않다. 배터리부터 차체까지 직접 제조하는 수직계열화 대신 주요 부품을 납품받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유명 전기자동차를 모방한 흔적도 보이나 스마트하고 심쿵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샤오미도 가성비 좋은 전자제품을 만들어 ‘대륙의 실수’로 불렸다. 이쯤 되면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긴장할 법하다.


박병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