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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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2세대 지고… 3~4세대 전면 나서 신성장동력 찾기

국내 그룹 세대교체 가속화

‘한강의 기적’ 일군 세대 막 내려
삼성·현대차·빙그레 등 3세가 오너
효성은 ‘3세 형제 독립경영’ 추진
LG·GS·삼양은 4세가 경영 바통

SK·롯데·코오롱 등도 차기 준비
“오너 3·4세는 새 경영전략 고민”

국내 재계가 오너가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9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 등이 보여주듯 오너가 1·2세대는 대부분 역사가 되고, 후세대가 경영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오너가 3·4세는 그룹의 전반적인 전략과 인공지능(AI)·바이오·전기차 등 미래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효성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과 그룹을 일군 2세다.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2017년 경영권을 물려받아 ‘오너 3세 경영’을 하고 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효성그룹 제공

효성은 ‘형제 독립경영’과 이에 따른 계열 분리 작업도 진행 중이다.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고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이를 맡기로 했다.

 

다른 그룹에서도 이제 3·4세 경영은 일반화된 모습이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뒤 2022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식 회장 직함을 달았다.

 

범현대가에서는 1970년생인 정의선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은 2018년 5월 구본무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LG가 4세인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GS가에서는 GS칼텍스는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오너 4세 허세홍 대표이사가 2019년부터 경영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오너 4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표이사,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OCI 창업주 고 이회림 회장의 손자인 이우일 유니드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양 4세 김건호 경영총괄상무는 지난해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전략총괄 사장으로 선임됐으며,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김동환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은 최근 사장으로 승진했다.

3세를 전진 배치하며 ‘차기’를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유통과 로봇 부문 신사업 등을 나눠 맡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찾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사를 포함한 그룹 주요 관계사 4곳의 사내이사에 올랐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은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부사장은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산업구조가 변하는 가운데 오너 3·4세는 현재 주력 사업의 성장과 신성장동력 발굴과 안착을 통해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