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막내리는 주총시즌… 행동주의펀드 ‘절반의 성공’

밸류업에 주주권 강화 기대 높여
얼라인 등 일부 이사회 진입 성공
낮은 지분·국민연금 지지 못얻어
금호석화 등 주총선 표대결 패배

국내 상장법인 중 80%가량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가운데 그간 주주권 강화를 부르짖었던 행동주의 펀드들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정부가 주주 환원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추진을 공언한 터라 구체적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지분이 적은 데다 소액주주·국민연금 등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해 실패도 맛봤다.

한 주주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결산 상장법인 2614개사 중 3월 중 정기 주총을 연 기업은 모두 2086곳이었다. 전체 대비 79.8%다. 삼성물산과 KT&G, JB금융지주, 금호석유화학 등 행동주의 펀드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기업의 주총도 대부분 마무리됐다.

일부 주총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과를 거뒀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8일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이희승·김기석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목표를 달성했다. 이로써 JB금융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2명이 얼라인파트너스운용 추천 인사로 채워졌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성공은 앞서 JB금융이 소수 주주권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덕분이다. 주주당 1표가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는 제도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4.04%의 지분을 보유, 삼양사(14.61%)에 이은 2대 주주다.

트러스트자산운용도 지난 29일 태광산업 주총에서 추천한 김우진·안효성(이상 사외이사), 정안식(사내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에 반해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개인 1대 주주(8.87%)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 손을 잡고 금호석화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등의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지난 22일 주총에 올렸지만 전부 부결됐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 28일 KT&G 주총에서 1대 주주인 IBK기업은행(7.11%)과 손잡고 방경만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6.64%)이 방 후보 찬성으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지난 15일 열렸던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한국의 안다 등 5개 자산운용사가 주주연대를 결성하고 현금 배당안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모조리 기각당했다. 당시 주총에서 국민연금(7.59%)은 배당 확대를 요구한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반대했는데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는 이사회 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