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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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양잠 노하우, 나눔으로 제2 인생 열었죠” [차 한잔 나누며]

양잠 스마트팜 근무 성춘석씨

공직 대부분 누에 사육농 지원
경험 바탕으로 퇴직 후 길 찾아
“지식 발휘해 기업에 도움도 주고
가족과 친구들에 인정받아 뿌듯”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계속 밥벌이를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합니까.”

 

충북 청주시 양잠 관련 스마트팜에서 근무하는 성춘석(63)씨는 퇴직 전 경력을 ‘제2의 인생’에 십분 살린 사례다. 성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80년 농업직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농산과와 잠업검사소, 농식품유통과, 농정과 등 농업 관련 부서를 두루 거쳤다.

성춘석씨가 3월25일 충북 청주시 한 양잠 스마트팜에서 뽕잎 재배 기술과 누에 사육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씨는 2021년 12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길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퇴직 후 충북도 일자리정책과 컨설팅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농약 회사에서 벼 병해충 방제 노동력 95% 정도를 절감하는 신농법 보급 홍보를 컨설팅하던 중 길을 찾았다고 했다. ‘내가 잘 하는 일을 하자.’ 성씨는 41년간의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양잠 관련 업무로 보냈다. 누에고치 수매 기계검정과 상묘(뽕나무 묘목) 검사, 누에 사육농가 지원 업무 등을 담당했다.

 

성씨의 양잠 사랑과 애찬은 남다르다. 그는 3월2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1970년 최대 정점을 찍으며 농가의 주 소득원이었던 양잠산업은 화학섬유 발달과 농촌사회 구조변화 등으로 1990년대 쇠퇴기에 접어들어 2022년엔 전국적으로 375농가만 누에를 사육한다”고 설명했다. 치매예방과 근감소 예방, 항암 예방효과 등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양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성씨 설명이다.

 

제2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그의 전 직장 도움을 받기도 했다. 충북도가 공모한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에 응모해 지원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은 퇴직전문인력 등이 자기 경험을 지역사회, 기업 등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사업이다.

 

양잠 스마트팜에 근무한 지 이제 1개월이 갓 넘었지만 성씨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뽕나무 밀식 시험재배 비닐하우스 준비 과정에서 적정 토양개량과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회사 측과 공유하고 토양 시료를 직접 채취해 도 농업기술원에서 하루 만에 분석 결과를 받았다. 이어 경운 작업으로 피해요소를 사전에 방지했다.

 

성씨는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주말농장에서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 등 농작물을 재배하며 취미생활과 건강을 챙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쌓아온 업무지식을 발휘해 기업체에 도움도 주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인정도 받는 등 뿌듯하다”고 겸손해했다.

 

양잠 분야 전문가이더라도 새 연구와 기술을 공부하고 회사, 시장 등과 끊임 없이 소통하는 것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다. 성씨는 “기업과 소통하며 신속한 행정업무를 비롯해 각종 병해충 피해요소를 줄일 수 있게 도움을 줬을 땐 성취감이 남다르다”며 “기업과 은퇴자가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지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목표와 건강’을 꼽았다. 성씨는 “사람은 생각 없이 다니면 게을러지고 부정적이며 생동감이 떨어지니 일, 취미생활, 운동, 봉사 등 무엇이든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 때 주위에서 인정해 준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위를 살펴볼 때 ‘건강은 스스로 돈을 벌고 하는 일에 행복감을 느껴야 챙길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성씨의 인생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스마트 누에사육과 뽕나무 초밀식 하우스의 다양한 재배 방법을 강구 중”이라며 “가까운 미래 국내 최고의 양잠 스마트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청주=글·사진 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