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부부 동성(同姓) 의무 日, “일본인 전부 사토씨 될 수 있다”

‘일본인 전부가 사토(佐藤)씨.’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이 지금처럼 부부가 같은 성(姓)을 쓰도록 하는 규정을 유지할 경우 500년 후엔 이렇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가정에 근거한 추론이긴 하지만 부부별성제(夫婦別姓制) 도입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결과여서 흥미롭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호쿠대 고령경제사회연구센터 요시다 히로시 교수는 부부의 의지에 따라 다른 성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부부별성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2531년에는 일본인 모두의 성씨가 ‘사토’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성씨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메이지시대(1868∼1912) 이래 약 13만 개이던 일본 성씨 중 5만 개 정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성씨를 후대로 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요시다 교수는 부부동성제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결혼, 이혼, 사망 건수 등을 감안해 현재 일본 성 중 가장 많은 사토씨(점유율 1.5%)의 변화를 살폈다. 2022∼2023년 1년간 0.83% 증가한 사토씨는 2446년이면 50%를 차지하게 되고 2531년이 되면 일본인 모두가 사토씨가 된다.  

 

부부가 다른 성을 가지는 게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토씨의 1년간 증가율은 0.325%가 되어 2531년 기준 점유율은 7.96%에 머문다.

 

요시다 교수는 아사히에 “불편한 것을 넘어 개인의 존엄마저 상실되는 것이 아닐까”라며 “성씨가 가진 가계(家系)나 지역사도 잃어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일본 주요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경제동우회 등도 (부부동성제가) 비즈니스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부부별성제 도입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