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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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에 ‘사과 경례’ 시켰던 김부겸, ‘토론 불참’ 후보에 “성의 다하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총선을 앞두고 당과 각 지역 후보들한테 경거망동을 금하고 겸손한 자세를 철저히 유지할 것을 당부하는 등 당내 ‘군기반장’을 자처했다.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내부 다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경찰 지휘부를 불러세워 국민 앞에 ‘사과 경례’를 시켰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강단을 발휘하며 기강을 잡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선대위 회의에서 방송 토론에 불참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인 같은 당 후보들을 향해 “우세한 지역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 선대위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장은 “토론은 유불리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들이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유권자들이 확인하는 자리다. 유권자들의 검증을 받는 엄중한 자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세 지역의 이런 구설수가 접전지역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는 우리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단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외에도 △더욱 간절해질 것 △아침·저녁 시간대 마이크 사용 자제 △사전투표 독려 △공직선거법 준수 △경거망동 금지 등 5대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민심 중시 태도는 자신의 남다른 정치 여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치권 평가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위원장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 4선 고지에 오르면서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31년 만에 대구에서 탄생한 첫 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 매운 심판을 두려워하는 겸손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난 배경이다.

 

김 위원장이 2017년 8월 행안부 장관 시절 내부 갈등을 일으킨 경찰 지휘부를 공개 질책한 것은 그의 성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간 갈등이 격화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017년 8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오른쪽) 등과 함께 최근 경찰 지휘부에서 벌어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삭제지시 논란과 관련해 머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위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회의실에서 경찰 지휘부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뼈를 깎는 각오로 우리 경찰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이 여러분을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 시간 이후에도 불미스러운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차렷! 국민께 대하여 경례!”라고 직접 구령을 붙였고, 차렷 자세로 서 있던 이 청장 등 지휘부 일동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당시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에 대해 “합리적 균형론자로 정평이 난 인물”, “화합형 정치인”이란 평가가 나왔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