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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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 맞은 통일연 학술회의 “북한의 민족분리론은 자기 무덤 판 것”

“강요된 선택 하에서 나름대로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화통일과 동족개념을 폐기한 것은 ‘결정적 패착’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룸에서 개원33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진하·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남궁영 한국외대 명예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통일연구원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개원33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민족분리론이 내부 혼란을 가져올 “자살적 선택“이라고 했다.

 

조 위원은 김정은 정권 체제가 핵과 권력기반을 다진 1기, 핵기반 협상전략을 편 2기를 거쳐왔다고 보고 현재는 핵기반 협상 전략 하에 부분수정을 가하는 2.5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2국가론의 원인에 대해 “체제경쟁에 실패한 게 장기요인, 중기요인은 비핵화 협상 실패, 단기요인은 윤석열정부 출범”이라고 했다. 이어 “2국가론의 핵심은 첫째로 남북관계를 전쟁관계로 전환, 두번째 통일·민족 개념 폐기, 셋째는 주적이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고려연방제통일방안 같은 북한식 평화통일 방안은 폐기하고 무력통일방안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했다는 점도 2국가론의 위험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이런 조치는 남북의 통일담론 경쟁에서 북한이 수세적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고 봤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통일연구원 제공

조 위원은 “여러 후속조치를 진행 중인데 문제는 조용히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선중앙TV나 조선중앙통신에 보도가 없다”고 했다. 이어 “김일성·김정일 유훈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상황을 정리하는데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내부 동요나 심지어 반발 가능성까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결국 북한의 2국가론은 남북 통일담론 경쟁에서 우리 정부 공식 통일방안인 ‘민죽공동체통일방안’의 승리”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북한이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며 “주체혁명,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백두혈통 등 (개념의 기반이) 모든 게 민족과 통일이 핵심”이라며 “북한은 제2건국 수준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하긴데 상당한 후폭풍과 후유증, 여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2국가로 영구분단길에 간다는 것도, 5000년 지속된 민족성을 인위적으로 거부한다는 것도 우리에겐 그럴 권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이제 유일하게 남은 평화적 통일방안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됐고, 한민족의 정통성을 잇는 쪽도 우리”라며 “우리가 공세적 평화통일 공세를 추진할수록 북한은 수세에 몰리고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군축협상 원천 봉쇄를 위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한편, 우리의 잠재적 핵능력 확보를 꼽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통일연 제공

조 위원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가능성이 있고,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북한과 물밑접촉을 하고 있어 지금 우리가 외롭게 된 상황”이라며 “결국 적정한 자주국방과 동맹을 결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자체적 역량 강화를 위해서 잠재적 핵무장을 갖춰야 한다”며 “현재 국제질서와 NPT체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앞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론이 거의 뉴노멀이 될 거라고 본다”며 “북핵을 인정하는 장기적인 협상이 될 것이고 북한이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논의재개를 원천 봉쇄하되,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해놓아야 한다”며 “협상에서 핵군축론이나 중간단계를 설정할 때 우리가 뭘 받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견인하기 위해 진보와 보수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북한 당국은 통일을 거부했지만 북한 주민은 통일의 대상이고 미래 한반도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며 “탈북민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모집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무한책임론을 우리 정부가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대한민국정부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통일연 제공

그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일부에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을 더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김영삼 대통령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할 때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승리라고 선언했고 이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으며, 자유민주주의가 통일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할 때부터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해서 통일방안을 수립했다”며 “30년동안 아무도 이 방안에 손을 안 된 이유가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승리가 확인됐는데 이걸 만약 손을 대게 되면 우리 정부의 헌장에서 일반적 선언으로 격하되게 된다“고 했다. 

 

그는 “통일방안을 유지하되 추진전략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며 “추진전략은 모든 정부의 권리”라고 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통일연구원 제공

그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3단계를 한글자도 수정하지 않되, 1단계 화해협력단계에서 화해협력의 목표에 북한의 정상화를 포함하고 남북연합기간에 독재와 민주주의가 공존 불가능함을 분명히해 민주주의남북연합으로 명확히하는 등 현단계에 맞는 추진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글·사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