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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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르다더니”…부동산+‘아빠찬스’, 중도·청년층 ‘역린’ 건드리나

사전투표 코앞 터진 野 후보자 ‘부동산 논란’…총선 미칠 영향은

양문석 등 부동산 둘러싼 논란 이어져
중도·청년층 민심 ‘역린’ 가능성도
민주당 내부 곤혹…국힘 향한 역공 펼쳐
“심판론 구도 속 판세엔 영향 적어” 관측도

4·10총선 사전투표일(5∼6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 후보자들의 부동산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매입, 증여 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직전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이 당시 선거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처럼 부동산 문제가 중도·청년층 민심을 건드리는 ‘역린’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번 총선이 ‘심판론’ 구도로 짜인 만큼, 일부 후보의 부동산 문제가 전체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양문석 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 뉴스1

◆양문석, 아파트 매입 과정서 자녀 명의로 사업자대출

 

우선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다. 1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중앙회는 이날 양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출을 실행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중앙회 소속 직원 여러 명이 수성새마을금고를 방문해 양 후보가 장녀 명의로 받은 사업자대출 과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는 과거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편법 대출’을 인정하면서도 여권이 주장하는 ‘사기 대출’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양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편법 대출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우리 가족이 받은 대출은 돈을 빌려주는 새마을금고에서 방법을 제안해서 이루어진 대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기 대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 없었다”며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공영운 민주당 경기 화성을 후보. 연합뉴스

◆공영운·양부남은 아들 증여 놓고 ‘아빠 찬스’ 의혹

 

현대차 임원 출신인 민주당 공영운(경기 화성을) 후보는 과거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부동산 취득 및 증여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 후보는 2017년 성수동 다가구주택을 11억여원에 매입한 뒤 2021년 4월 아들에게 증여했다. 

 

공 후보가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인근 레미콘공장 이전 협약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삼표산업 등 사이에 이뤄지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또 2021년 해당 주택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된 것으로 드러나 ‘아빠 찬스’ 논란도 제기됐다. 공 후보는 투기 및 내부정보 활용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군 복무 중인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했다는 사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 양부남(광주 서을) 후보가 20대 두 아들에게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단독주택을 증여한 사실을 두고도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양 후보 측은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증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 후보는 입장문에서 “‘부모 찬스’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두 아들에게 물려준 주택은 ‘편법 대출’도 없었으며 ‘꼼수 증여’도 아닌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증여”라고 밝혔다. 

양부남 민주당 광주 서을 후보. 양부남 후보 측 제공

◆민주당 곤혹…일각 “전체 판세에는 영향 크지 않을 듯” 관측도

 

후보들의 부동산 논란으로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권 심판 열기에 힘입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던 총선 판세가 연이은 부동산 논란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김부겸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양문석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선거전에 돌입한 뒤 이런 사안이 제기돼 당으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은 어떤 사안이든 결국 국민 눈높이라는 객관적 잣대에 맞춰 판단하겠다”면서도 “그렇지만 해당 선거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의 판단을 기다리며 최선을 다해 해명하고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공세에 나선 여당을 상대로 역공을 펴는 모습도 보인다. 이재명 당대표는 전날 인천 계양구 유세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물론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침소봉대해서 전혀 다른 잣대로 일방적으로 몰매를 때리고 권력을 행사해서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조건, 수준으로 봤을 때 훨씬 더 심한 저쪽 후보들은 언급도 하지 않는다”며 “결과는 결국 우리 국민의 엄정한 심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총선상황실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진영(서울 동작갑)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선거의 구도가 이미 ‘심판론’으로 굳어진 만큼,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가 구도를 바꾸거나 판세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가) 민주당에 악재인 건 맞다”라면서도 “논란의 핵심은 후보의 도덕성 논란이다. 그런데 지금 선거 구도는 심판론”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인데, 그 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심판론의 구도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개별 후보에게는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총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