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100번 손질 거쳐 탄생한 ‘한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도전

문화재청, 유네스코에 신청
2026년 12월 등재여부 결정
韓, 종묘제례 등 총 22건 보유

한지 제작 기술과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본부에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문화재청이 한지 제작 기술과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고 류행영이 한지를 제작하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를 재료로 만드는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닥나무를 찌고, 두들기고, 뜨고, 말리는 등 99번의 손질을 거친 뒤 마지막 사람이 100번째로 만진다 해 옛사람들은 ‘백지’(百紙)라 부르기도 했다. 숙련된 기술과 오랜 경험으로 만드는 한지는 질이 좋고 빛깔이 곱다고 해서 중국에서도 높이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한지는 닥나무 채취에서 제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기술과 지식, 마을 주민들의 품앗이가 더해져 우리나라의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한지는 현재 기록용뿐 아니라 친환경 건축부재, 각종 생활용품, 예술 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전통 한지를 제작하는 장인을 뜻하는 ‘한지장’이 국가무형문화재(5월부터 국가무형유산으로 변경)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한지 제작·활용 관련 공동체는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홍춘수(전북 임실), 김삼식(경북 문경), 신현세(경남 의령), 안치용(충북 괴산)과 △도지정무형유산 김일수(전북 임실), 이상옥(경남 함양), 장성우(경기 가평), 장응렬(강원 원주) 등의 전승자들이 있다. 한지 보존·관리·진흥을 위한 단체인 한지살리기재단도 활동 중이다.

이번에 신청서를 제출한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은 향후 유네스코 사무국의 검토와 평가기구의 심사를 거친다. 등재 여부는 2026년 12월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을 시작으로 최근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2022년)까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총 22건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목록에 오른 유산이 많은 국가는 2년에 한 건씩만 신청할 수 있다. 올해 열리는 정부 간 위원회에서는 전통 장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장담그기 문화’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