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대사가 1일 예정됐던 한국 언론 특파원단 대상 월례 브리핑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매주 월요일 열리던 직원 전체회의도 연기했다.
주중대사관은 이날 정 대사가 매주 월요일에 하는 전체회의를 다음날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대사 일정이 멈춰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며 “전체회의는 과거 전례나 상황에 따라 연기하는 것이고, 특파원단 브리핑은 관련해 입장을 냈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전 반가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대사관은 지난달 29일 공지를 통해 정 대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1일 브리핑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사가 한 달에 한 번 직접 하는 브리핑은 서면 자료를 낭독한 뒤 별도의 즉석 질문을 받지 않는 일방적인 방식이긴 했지만 대(對)중국 외교 책임자가 정세 분석 등을 설명하는 자리여서 취재 환경이 제한적인 중국에서 특파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행사다.
이날 대사 브리핑에서는 지난달 치러진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대한 분석을 공유하기로 했지만 이것도 무산됐다. 다음달 초 예정대로 브리핑이 열린다 하더라도 이미 양회가 끝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 대사가 당분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중대사관에 근무 중인 한 주재관은 지난달 정 대사에게 폭언 등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신고서를 외교부 본부에 제출했고, 외교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정부 첫 주중대사인 정 대사는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로, 윤 대통령과는 충암고 동기동창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정책 자문을 했고, 2022년 8월 제14대 주중대사로 정식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