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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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미국 초심리학자 조지프 라인은 군 당국의 의뢰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견 셰퍼드의 탐지 능력을 연구했는데 군견들이 초감각 능력을 통해 보이지도,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수중 지뢰까지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은 이 연구에 매료돼 정보 요원과 군 장병의 초능력을 군사작전에 활용하려고 특수 비밀 부대를 창설했다. 이른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인데 2000만달러가 투입돼 1978년부터 1995년까지 가동됐다.

당시 조지프 맥모니글 미 육군 대령은 투시능력자 1호로 지정돼 부대 사령관을 맡았다. 그는 원격 투시로 러시아가 새 잠수함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외진 사막에 설치된 중국의 핵시설도 찾아냈다고 한다. 이 부대는 1986년 미국에 테러를 가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거처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숟가락 구부리기로 유명한 이스라엘 마술사 유리 겔러도 이곳에서 다른 방에 있는 실험자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실험에 참여했다. 하지만 기술 검증 결과 초능력으로 획득했다는 정보는 대부분 쓸모가 없고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판단돼 이 프로젝트는 폐기됐다.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 다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부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 AI는 2028년까지 약 1000억달러(135조원)를 들여 초대형 AI 전용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 성능은 현존하는 최고 슈퍼컴퓨터(미국의 프런티어)보다 최소 250배 뛰어나다. 이 프로젝트는 수년 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추론해 수행하고 성장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GI) 등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오픈 AI는 이미 인간의 자연어로 영상을 만드는 영상 생성 AI ‘소라’(Sora) 출시에 이어 음성을 15초 만에 그대로 복제하는 보이스엔진도 선보였다. 소라와 음성 엔진이 결합하면 영화 등 글로벌 콘텐츠 시장 판도를 확 바꿀 수도 있다. 얼마 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차세대 AI 슈퍼칩(GB200)은 연산 능력이 영화 ‘터미네이터3’에서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던 군사용 AI ‘스카이넷’보다 2만3000배 이상 뛰어나다고 한다. 초능력 AI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주춘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