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째인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어제 헌재에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을 가려 달라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 단체 9곳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05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이라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가 올해 1월27일부터 대상이 된 이들이다. 준비 부족으로 바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면서 눈물로써 호소한 추가 유예 요청을 정치권이 끝내 외면하자 헌재 문을 두드린 것이다.
정치권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했으나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눈치를 본 야당의 비협조로 끝내 입법이 무산됐다. 그 결과 전국에서 80만개 넘는 중소·영세 사업장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올랐다. 5명 이상의 종업원이나 외국인을 쓰는 식당과 농가, 선장 등이 모두 해당된다. 빠듯한 수입에 법에서 정한 보건 안전 의무를 다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중소기업 안전관리 담당자가 사고 대비를 위한 활동을 충분히 했음을 입증하려면 37종의 서류를 만들어 둬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정작 자신이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고서도 정치권이 틈만 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부르짖는다니 이런 위선이 있을 수 없다.
중대재해법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법 규정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지우는 책임도 지나치게 무겁다. 중앙회 측이 어제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 그대로다. 중대재해법이 안전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1호 기소’ 대상이 된 두성산업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창원지법 형사4단독이 지난해 11월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기각한 적이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형사 단독판사의 판단일 뿐이다. 헌법 최고기관에서 위헌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헌재가 이 사건을 접수하면 최대한 신속히 결정해 줘야 한다. 해상 전복 사고를 당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진 선장이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2∼3년 뒤 한참 늦게 결정이 나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설] 중소기업들 호소 정치권 외면에 헌재까지 간 중대재해법
기사입력 2024-04-01 23:35:10
기사수정 2024-04-01 23:35:09
기사수정 2024-04-01 23:35:09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