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경제 못 살린 에르도안, 재선 10개월 만에 지선 대패

CHP, 득표율 1위… 집권여당 참패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수성
차기 대권 출마 시사… 대항마 부상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했다. 2003년부터 정권을 잡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70) 대통령이 집권 이래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표가 완료된 1일 현지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전체 81개 주 가운데 35개 주에서 승리했으며, 전국 득표율도 37.74%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35.49%)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CHP가 전국 득표율 1위를 기록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FP연합뉴스

집권당 AKP는 수도 앙카라, 최대도시 이스탄불, 이즈미르, 안탈리아 등 주요 대도시에서 모두 패하고 24개 주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스탄불에서 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53·G사진) 현 시장이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AKP 후보를 따돌리고 수성에 성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자신의 고향이자 30년 전 그가 시장을 지냈던 이스탄불에서 직접 유세에 나서 총력전을 펼쳤으나 체면을 구겼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는 강력한 정치적 대항마로 떠올랐다. 중도 성향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평가받는 그는 2019년 정치 신인에 가까운 입지로 이스탄불 시장에 도전, 당시 AKP 후보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에르도안의 영향력을 누르고 2연패를 안겼다. 그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우리 유권자들이 우리의 상대편과 현 정부, 그리고 대통령에게 보낸 뜻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튀르키예 차기 대선은 2028년에 예정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패배요인은 무엇보다 경제다. 튀르키예 경제는 7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플레이션과 공격적인 긴축 정책으로 인한 성장 둔화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AKP를 처벌했다”고 분석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고 수준인 50%까지 인상했으나 여전히 물가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며 30년 종신집권 수순을 밟는 듯했으나 경제 위기에 발목이 잡혔다. 그가 조기 대선을 통해 2033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선거 참패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