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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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리더십 문제”… 與 격전지서 ‘윤석열 담화’ 성토 [4·10 총선]

일부 후보, 정권견제론 위기감

의료개혁 강경론에 尹과 거리두기
윤상현 “조건없는 의·정 대화 필요”
안철수 “관련 정부책임자 경질을”
유승민 “尹 내로남불 프레임 걸려”

홍준표 등 단체장들은 尹 엄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와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자 여당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실망감 속에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직설적인 불만도 제기됐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이날 담화가 끝나기도 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다. 함 후보는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며 “오늘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고 질타했다. 그는 “저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바”라고 밝혔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22대 총선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망원역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전공의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금 국민들이 바라시는 것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조건 없는 의·정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리걸 마인드(법률적 사고)가 아닌 폴리티컬 마인드(정치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담화에 앞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가 나왔다.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의료 파국이 임박할수록, 의료 파탄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커갈수록 국민들께서는 결국 정부·여당을 원망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의료대란을 초래한 정부 책임자들의 경질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이적한 이상민 대전 유성을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고해성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전을 찾아 이상민 후보 지원 유세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갖고 집권했는데, 김건희 여사·이종섭 대사·채상병 관련 일들로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운 것을 두고 “자꾸 심판 프레임으로 가면 국민들이 ‘이조심판’과 ‘윤석열 정부 심판’ 중 어느 걸 택하는지 여론조사를 보면 다 나온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0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시당 합동유세에서 이상민 유성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윤 대통령과 궤를 맞추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천 계양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맞붙는 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전문의들은 자리로 돌아오고, 의사 단체는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며 “대한민국 의사 여러분 모두의 생각이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조정훈 후보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며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일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후보자들을 비난하며 자중지란에 빠지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자기가 낙선하게 생기니 자기 역량은 탓하지 않고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탈당을 요구하는 게 니들의 감탄고토(甘呑苦吐) 정치 스타일이냐”라고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등에 칼 들이대는 못된 버릇”이라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라. 그게 답이다 바보들아”라고 했다.


김병관·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