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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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흥’ 날린 언더독… 현대건설, 13년 만에 통합우승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챔프전 승리

김연경의 흥국생명에 3전 전승
양효진·김다인·이다현 고루 활약
모마 38점 ‘펄펄’… MVP 등극도

코로나 시즌에도 우승 넘봤지만
리그 조기 종료 등 ‘불운’ 잇따라
올 시즌도 주목 못 받다 한풀이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이 열린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양 팀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세트 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서며 승부는 5세트에 돌입했다. 1,2차전도 모두 풀 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에 단 1승을 남겨뒀던 현대건설은 5세트 초반부터 3-0으로 앞서 나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에 리드를 더욱 벌렸고, 모마 바소코(카메룬)의 오픈 공격으로 14-7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했다.

이어 모마의 또 한 번의 오픈 공격이 흥국생명 코트에 꽂히는 순간, 현대건설 선수들은 코트로 모두 뛰어나와 강강술래를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강성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도 얼싸안으며 서로의 고생을 치하했다.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이 3차전마저 세트 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집어삼키며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뤘다. 챔프전 우승은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이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인천=뉴스1

현대건설은 V리그 출범하기 전에도 강호로 군림하던 전통의 명문이지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은 단 2회에 불과하다. 7구단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도로공사와 더불어 가장 우승 횟수가 적은 팀이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운이 가장 컸던 팀이었다. 2019~2020시즌 1위를 달리다 코로나19로 인해 V리그가 조기 셧다운을 결정하면서 포스트시즌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두 시즌 뒤인 2021~2022시즌, 현대건설은 28승3패의 역대급 승률로 승점 82로 2위 도로공사(승점 70, 24승8패)와 큰 격차를 두고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부는 또다시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조기 종료됐고, 포스트시즌조차 열지 않았다. 반면 남자부는 정규리그를 완주하고 포스트시즌까지 치렀기에 현대건설로선 더욱 억울할 법했다.

지난 시즌엔 이전 시즌의 기세를 몰아 개막 15연승을 달렸지만,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 부상으로 낙마했다. 국내 선수들만으로 오랜 기간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 시즌 막판 흥국생명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기며 2위로 정규리그를 끝냈다. 상실감이 컸던 현대건설은 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2전 2패로 봄 배구를 마쳤다.

올 시즌 시작 전만 해도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를 점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철저한 ‘언더독’이었다. 국내 선수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마이너스 됐기 때문이었다. 전력 보강을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배구 여제’ 김연경 영입을 추진했다.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김연경이 막판 흥국생명 잔류로 방향을 틀었다. 그 사이 4년째 팀의 주장을 맡았던 황민경은 IBK기업은행으로 FA 이적했다. 김연경을 쫓다 황민경까지 놓친 셈이다.

뚜렷한 국내 선수 보강은 없었지만, 부임 3년 차를 맞은 강성형 감독은 뚝심 있게 팀 조직력을 다졌다. 외국인 농사도 풍년이었다. GS칼텍스에서 두 시즌 뛰었으나 이제는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모마를 데려왔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부상에 울었던 현대건설이었지만, 모마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완주했고 챔프전에서는 3차전 38점을 포함해 3경기에서만 109점을 몰아치며 기자단 투표 결과 31표 중 25표를 싹쓸이하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로 뽑은 위파위(태국)이 현대건설의 약점이었던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줬다.

V리그 최고의 미들 블로커 양효진은 여전히 전위에서는 외국인 선수급의 존재감을 뽐냈다. ‘국가대표 3인방’ 김다인(세터), 이다현(미들 블로커), 정지윤(아웃사이드 히터)도 꾸준히 성장한 결과 현대건설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시즌 전 평가를 깨고 승점 1 차이로 극적으로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정규리그 1위의 열매는 달콤했다. 흥국생명과의 챔프전 승부를 가른 가장 큰 변수가 체력이었다. 현대건설에 승점 1 차이로 밀려 2위로 내려앉은 흥국생명은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를 3경기나 하고 챔프전에 올라왔다. 반면 열흘 이상 휴식과 보강 훈련을 병행하며 쾌조의 컨디션으로 흥국생명을 맞이한 현대건설은 풀 세트 접전으로 치러진 1,2차전을 체력적 우위를 앞세워 모두 잡았다. 3차전도 풀 세트 승부로 끌고가 체력전을 유도했고, 결국 3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조기에 끝낼 수 있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