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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리가 남이가’… 창원시청 공무원 동문 모임 회비 횡령 의혹

피해 동문들, 특정 모임만 사죄·변제 약속 ‘분통’

경남 창원시청 공무원의 동문 모임 회비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직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시청 내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출신 동문으로부터 회비나 부조금 등 명목으로 받은 수천만원 상당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이 의혹의 핵심이다.

 

피해 동문들은 문제의 공무원이 특정 모임에 대해서만 사죄와 변제를 약속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시청 공무원 A씨가 속한 시청 내 같은 고교·대학교 출신 동문 모임이 3개가 있다.

 

현재 이들 동문들은 A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2019년부터 동문 모임 회비나 부조금 등 공금을 A씨에게 전달했는데, 알고 보니 A씨가 개인적으로 받아 챙겼다는 내용이다.

 

회비를 꼬박꼬박 A씨에게 전달해왔는데 회비 미납 통보를 받고서야 A씨 사기행각에 대해 눈치를 챘다는 게 피해 동문들의 주장이다.

 

사기 피해 동문들이 뒤늦게 조사한 결과 A씨가 수년 동안 개인적으로 받아 챙긴 회비 등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개 모임에서만 파악된 피해 규모가 2000만원가량에 달한다.

 

A씨는 또 시청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임 가입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받아 챙기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절하기 힘든 점을 노려 A씨 요구에 신입 직원들은 수십만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시청 전경. 창원시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피해 동문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피해 동문들은 A씨가 과거 근무했던 부서가 시청 감사관실이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피해 직원은 “특히 청렴도가 더 요구되는 감사관실에서 근무한 직원이 뒤통수를 칠 것이라고 누가 의심이나 했겠냐”며 “설마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피해 여론이 확산되자 A씨는 자신이 속한 동문들을 대상으로 사죄문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모임 회비를 그때 그때 정산하지 못하고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은 정말 잘못했다. 후배들에게 입회비를 받은 것도 정말 잘못했다”면서 “이번 일에 대해 정말 깊이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다”면서 “평생 선배님, 후배님들에게 속죄하면서 살겠다. 모임 회비, 찬조금, 입회비 등은 모두 원상복구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다른 모임의 동문들은 A씨가 특정 모임 동문을 대상으로만 사과하고 변상 조치를 약속했다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피해 직원은 “피해는 다 같이 봤는데 누구한테만 사과를 하고 변상을 약속하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창원시 감사관실은 A씨의 모임 회비 횡령 의혹 건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신병철 감사관은 “현재 A씨와 관련된 투서 내용에 대해 감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대기발령이 된 상태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문 모임 회비의 사적 사용 부분은 잘못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다른 모임 동문들에게도 사죄와 변상 의사를 밝혔는데 일일이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분들께 다시 사과하고 변상을 약속드리겠다”고 밝혔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