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에 이르는 명품 까르띠에 팔찌와 롤렉스 시계 등을 착용한 모습으로 ‘불법 재산 증식’ 의혹을 받게 된 페루 대통령이 결국 탄핵 국면을 맞았다.
페루 국회는 1일(현지시간)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디나 볼루아르테(61)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안정보시스템에 게시했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마르코트 팔라시오스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명품 시계와 보석류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볼루아르테에 대해 도덕적 무능력을 사유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현재 불법 자산 증식과 공직자 재산 미신고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몇 주 전 현지 매체가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지난 2년간의 공식 일정(부통령 시기 포함)에서 최고 1만9000달러(약 2570만원) 상당의 롤렉스를 비롯해 최소 14점의 고가 시계와 5만달러(약 6760만원)짜리 까르띠에 팔찌 등을 착용한 모습을 포착해 이들 고가품의 취득 경위를 문제 삼으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매체가 포착한 고가품들의 가격은 총 50만달러(약 6억7600만원)에 달했다.
페루 검찰은 지난달 29일 수도 리마의 대통령 자택을 경찰과 함께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자택에서 확인한 롤렉스 정품 인증서에는 구매 일자가 ‘2023년 7월8일’로 적혀 있었는데, 이는 ‘롤렉스 구매 시기는 전부 대통령 취임(2022년 12월) 전’이라고 주장한 볼루아르테 대통령 측 해명에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페루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총의석수의 40%(52명)를 넘는 의원들의 동의를 받으면 본회의에서 탄핵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으면 가결된다. 페루 의석수는 130석으로, 가결에는 87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페드로 카스티요(2021∼2022)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폭력 진압을 지시 또는 묵과해 큰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국회 해산을 시도하다 탄핵당했다.
정국이 소용돌이로 빠져든 가운데 빅토르 토레스 페루 내무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