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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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공립대안학교 ‘송강고’ 학교명칭 놓고 논란

전남지역 첫 공립대안학교가 개교 3년이 지났지만 학교 명칭 변경을 놓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일 전남 담양군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담양군 봉산면 양지리 옛 봉산초 양지분교에 2021년 3월 전남 최초 민관협업형 공립 대안학교 ‘송강고’가 개교했다. 송강고는 조선시대 문인으로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의 호를 따서 붙인 교명이다.

 

당시 교명 공모작 총 116개 가운데 5개 정도를 선정해 담양군청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진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송강고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역 역사학계와 6개 문중(고성 정씨, 광산 이씨, 나주 나씨, 문화 류씨, 전주 이씨, 창영 조씨 종친회장 등)은 송강 정철의 이름을 학교명으로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송강고 교명 변경을 요구했다. 1589년 조선 선조 때 동인의 유림들이 모반 혐의로 박해를 받은 기축옥사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송강 정철이 호남 사림 1000명을 처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교문에 송강고 현판조차 걸치 못하게 되자 교명 변경을 추진하는 공청회가 수차례 열렸다.

 

2022년 송강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의회 등 100여 명으로 꾸려진 교명 변경추진위는 새로운 교명을 자체 공모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솔가람고’로 변경을 추진했다. 결국 개교 3년만인 올 3월 송강고의 교명은 솔가람고로 변경됐다.

 

하지만 솔가람고의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종친회 관계자는 “솔가람고가 송강(松江) 정철의 호를 우리말로 풀어쓴 것일 뿐”이라며 “송강 정철의 굴레를 못 벗어나는 속임수 개명이라고 반발했다. 종친회는 공립학교 명칭에 인명 사용 부적절과 담양의 자연지형을 사용 제안 등 전남도교육감에게 전달했지만 솔가람고로 최종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솔가람고 관계자는 “종친회의 동의를 받아 최종 솔가람고로 교명을 바꿨다”며 “교명 변경은 절차대로 진행돼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담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