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기업에 감사인 지정면제 추진

금융위원회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여 기업가치를 올린 기업들에 정부가 감사인을 일정기간 지정하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를 일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기존 발표했던 기업 밸류업 우수기업 인센티브 정책도 보다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2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및 회계전문가, 상장기업 관련 협회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계획을 공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대우조선해양 회계분식 사태 이후 감사 독립성 강화를 위해 2018년 11월 시행된 신외부감사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기업이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간은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이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감사 독립에 있어서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독립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고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감시할 수 있는 우수한 내부감사기구를 지닌 기업에는  이 제도가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어왔다. 또 ‘코리안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를 개선하려면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들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위는 이러한 의견을 수용, 외부기관·전문가 등으로 ‘지배구조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감사인 선임·감독 시스템을 잘 갖춘 지배구조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 기업에는 일정 기간 주기적 지정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정면제를 위한 구체적 평가 기준과 면제 방식은 추가 검토를 거쳐 2분기 중 확정하고, 지정면제 근거인 외부감사법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부터 실제 적용할 계획이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담긴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우선 내년 5월에 신설되는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에는  지정 면제를 위한 지배구조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밸류업 표창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한 기업 중 우수한 10여개사에 수여할 예정이다. 이외에 감리 제재 시 감경 사유 고려, 거래소 연부과금 면제, 거래소 추가·변경상장 수수료 면제, 불성실공시 관련 거래소 벌금·제재금 등 조치 1회 유예 등이 추가됐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밸류업 추진 기업에 대해  세정지원, 거래소 공동 기업설명(IR), 밸류업지수편입 우대 등 인센티브 3개를 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5개가 더해져 총 8종이 됐다. 또 밸류업 표창 수상을 하지 않더라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는 공시우수법인, 코스닥대상 선정시 가점 부여도 이뤄진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상장사들의 배당 절차 개선 현황도 공유됐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른바 ‘깜깜이 배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당액을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 기업들은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후 올해까지 관련 정관을 개정한 기업은 1011개다. 아울러 지난해 정관 개정 후 올해 현금배당을 결정한 기업은 322개사. 이 중 깜깜이 배당을 실제로 해소한 기업은 109개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가치 제고 문화의 확산, 그리고 더 나아가 자본시장의 선진화는 한 두개의 조치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 유관기관, 기업, 투자자 모두가 함께 긴 호흡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 모든 시장참가자들의 깊은 관심과 활발한 참여를 당부드리며 정부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소통을 이어가면서 필요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