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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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증 잘못 섰어” 울먹이던 딸…500만원 품고 상경한 노인, 무슨 일이

딸 사칭 목소리에 서울까지 한달음
경찰 “돈 요구 전화·문자 주의해야”
지난달 26일 보이스피싱에 속아 용중지구대를 찾은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뛰어온 딸이 아버지를 끌어안는 모습. 서울경찰청 유튜브 영상 갈무리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속아 충남에서 서울까지 달려온 노인이 경찰 도움으로 피해를 면했다.

 

2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용산경찰서 용중지구대에 70대 남성 A씨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그는 “딸을 만나야 하는데 정확한 주소를 모르겠다”며 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했다. 경찰은 당황한 듯 보이는 A씨에게 물 한 잔을 건넨 뒤 사정을 물었다. A씨는 “딸이 보증을 잘못 서 당장 2700만원이 필요하다고 전화를 했다”고 답했다. A씨 품에는 현금 500만원이 있었다.

 

알고 보니 A씨는 딸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가장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전화를 받자마자 충남 당진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에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딸과 전화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A씨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들고 온 현금 500만원.

 

A씨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경찰관들은 곧바로 A씨 딸을 찾아 나섰다. 잠시 후 소식을 들은 딸이 지구대로 뛰어들어왔다. 서울경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당시 영상을 보면 A씨의 딸은 자신을 위해 서울까지 달려온 아버지를 보고선 곧장 양팔로 끌어안았다. A씨는 무사히 500만원을 챙겨 딸과 함께 지구대를 떠났다.

 

자식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등 어르신을 겨냥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매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 원에 달하며 1인당 피해액은 1710만원으로 전년보다 약 600만원 늘었다. 보이스피싱 사기 유형은 대출 빙자형(35.2%), 가족·지인 사칭형 메신저 피싱(33.7%), 정부·기관 사칭형(31.1%) 순이었다. 연령대별 피해자는 60대 이상(704억 원·36.4%)과 50대(560억 원·29.0%)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지인, 경찰, 검찰, 금융기관, 관공서 등을 사칭하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는 전화금융사기를 의심하고 신속하게 112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