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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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불거지는 미·중 갈등…“中 대선 개입 노골화” vs “미국이 사이버공격 원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이 가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판했고, 중국은 필리핀과 미국·일본의 밀착을 경계하며 남중국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복수의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국의 가짜 계정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지지자를 사칭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NYT에 따르면 중국의 한 가짜 X(옛 트위터) 계정의 경우 자신을 ‘아버지, 남편, 아들’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성향 지지층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소개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를 조롱하거나 죄수복을 입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짜 이미지를 유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탄주의 소아성애자라는 거짓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이들 계정이 중국 정부의 가짜 정보 캠페인인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스팸과 위장의 합성어)와 연계돼 있으며, 일부 계정의 경우 과거 중국어로 친중국 성향의 포스트를 게시했지만, 최근 미국인으로 위장해 영어로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비롯해 반미 성향의 메시지를 퍼뜨리는 비인증 페이지와 계정이 170개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달 공개한 ‘미국 정보당국의 연례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11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 등에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사이버 공격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2일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영문과 중문으로 “최근 미국은 지정학적 목적으로 주도하는 세계 최대 정보조직 ‘파이브 아이즈’를 부추겨 중국의 해킹 위협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전형적인 적반하장식 모독이자 사이버 안보 문제를 정치화하는 악의적인 조작으로,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안전부는 “미국이야말로 사이버 공격의 가장 큰 원천이자 위협”이라며 “미국은 오래전부터 IT 강점을 활용해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대한 대규모 감청과 도청을 통해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왔다”고 비판했다. 국가안전부는 2022년 미국 국가안보국 소속 해킹조직이 중국을 포함한 45개국에 10여년 간 사이버 공격을 했고 지난해 우한 지진감시센터가 미국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며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는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패권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대대적으로 시행해 중국의 주권과 안전, 개발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무력 시위도 이어졌다. 중국군 남부군구는 사실상 필리핀을 겨냥해 최근 남중국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 어선을 가장한 필리핀 무장 선박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중국 해경이 지난 2023년 12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리핀은 1999년 해당 암초에 좌초한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민간 선박으로 물자를 보급해왔지만 중국은 물대포 발사와 선박 충돌로 필리핀 보급선을 차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필리핀도 미국 등 우방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는 양상이다. 이에 중국군은 미국이 필리핀과 연대한 남중국해 작전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달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하는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3국은 남중국해 공동 해군 순찰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번 실사격 훈련도 3국 공동 순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10일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반도체 조달에서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명기할 방침을 세웠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일은 정상회담에서 레거시(범용) 반도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양국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협력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워싱턴=이우중·박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