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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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때려잡는 전직 비밀요원 무자비 액션

스태덤 주연 영화 ‘비키퍼’ 3일 개봉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워싱턴 정가, 부패한 관료. 3일 개봉하는 영화 ‘비키퍼’(사진)는 미국 서민이 현재 사회병폐의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작품은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태덤이 맹활약하는 액션 영화다. 사회고발이 목적은 아니지만 스태덤이 시원하게 응징하는 대상에는 미국 사회의 시각이 투영됐다. 스태덤은 묵직한 액션으로 겉만 ‘힙’한 IT 사업가와 정치권력을 쓸어버리며 서민의 울분을 풀어준다.

 

스태덤이 연기한 애덤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시골에서 벌을 키우며 사는 과묵한 중년이다. 덥수룩한 수염에 지저분한 포드 트럭을 모는 전형적인 미국 농부다. 애덤이 정을 나누는 거의 유일한 인물은 이웃 할머니 엘로이즈. 평화로운 일상은 엘로이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깨진다. 엘로이즈가 보이스피싱 사기로 자선단체 기금 수십억원을 날린 것이 비극의 원인으로 밝혀진다.

애덤은 곧장 보이스피싱 배후를 추적한다. 알고 보니 그는 ‘인간병기’였다. 비밀기관 비키퍼(beekeeper)에서 은퇴한 전직 요원으로, 총을 든 상대 예닐곱쯤은 맨손으로 눈 깜짝할 새에 제압한다.

애덤은 데이터 마이닝 기업으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고구마 줄기 캐듯 때려부순다. 기존 법·제도는 보이스피싱 처벌과 피해 보상에 무력하다고 여기는 대중의 불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이 영화의 미덕은 시원함과 통쾌함, 속도감이다. 주인공이 도덕적 갈등을 겪거나 위기에 빠지는 거추장스러운 장치는 없다. 애덤은 악인의 목숨을 빼앗는 데 잠시의 주저나 자비가 없다. 실력도 무시무시하다. 총 한 자루 없이 철통 보안인 고층빌딩을 뚫고, 연방수사국(FBI) 대원 수십명을 농락한다. 액션은 주로 맨몸으로 이뤄진다. 스태덤의 절도 있는 동작과 각종 영리한 전략은 눈을 즐겁게 한다. 음향이 뛰어난 상영관에서 본다면 묵직한 타격음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이 전지전능에 가까운 무력을 행사하다 보니 개연성이 약한 면도 있지만, 장르 특성을 감안하면 넘어갈 만하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판이 너무 커져 오히려 영화의 힘이 빠진다. 액션의 규모 대비 주인공을 움직이는 동기가 약한 것도 단점이다. 애덤의 집요함이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로잡는 자’라는 설정으로 이 간극을 메우려다 보니 설명조 대사가 가끔 도드라진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