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송광사, 충북 보은 법주사, 경남 양산 통도사 등을 지키는 문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완주 송광사 금강문을 비롯해 주요 사찰의 금강문과 천왕문, 충남 서산 문수사 극락보전 등 총 9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일 밝혔다.
사찰에 들어설 때는 차례로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세 개의 문을 지난다. 금강문은 야차신을 거느리고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금강역사를 모신 문이다. 천왕문은 사천왕상을 두고 외부의 사악한 모든 것을 막는 의미가 있다.
이번에 보물이 된 금강문과 천왕문은 17∼18세기에 건립되거나 중창(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침)한 것으로, 조선 후기 사찰의 건물 배치를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완주 송광사 금강문, 보은 법주사 천왕문, 양산 통도사 천왕문, 순천 송광사 사천왕문, 구례 화엄사 천왕문, 영광 불갑사 천왕문, 포항 보경사 천왕문, 김천 직지사 천왕문 등이 해당한다.
완주 송광사 금강문은 1649년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송광사 금강문은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및 종루(종을 달아둔 누각) 형태와 유사하다. 금강문과 천왕문이 직선 축 위에 있는 모습은 임진왜란 이후 시대 특징을 반영한다.
보은 법주사 천왕문은 현존하는 천왕문 중 가장 크고 넓다. 양산 통도사 천왕문은 1713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이듬해인 1714년에 중건했다는 기록이 있어 건립 시기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
순천 송광사 사천왕문과 구례 화엄사 천왕문 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폐허가 된 사찰을 재건할 때 벽암 각성(1575∼1660)과 그 문파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벽암 각성은 전쟁 당시 승군(승려들로 조직된 군대)으로 활약한 승려로, 1624년 승군을 통솔하던 직책인 팔도도총섭으로 임명돼 사찰을 중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광 불갑사의 천왕문과 포항 보경사 천왕문, 김천 직지사 천왕문 등은 조선 후기 건축양식의 변천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역사·예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함께 보물로 지정된 서산 문수사 극락보전 역시 학술가치가 큰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