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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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 사업 ‘산 넘어 산’

하반기 착공 앞두고 찬반 공방

시민단체 “지역발전 위해 설치”
“통도사 등 문화자원 보존해야”
불교계·환경단체 “반대” 목소리
울주군측 “양해·설득 계속할 것”
지난달 21일 울산시 울주군청 앞. 회색 승복을 입은 통도사 스님 100여명이 신도 200여명과 함께 나타났다. 스님들은 ‘케이블카 막아내 통도사 문화유산 지켜내자’, ‘영남알프스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 절대 안돼’라고 쓰인 피켓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즉각 사업을 철회하라”, “세계유산을 보존하라”, “케이블카 반대”라고 고함쳤다.

 

영남알프스 중 하나인 울주군 신불산 일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관광자원 개발이 필요하다는 케이블카 설치 찬성 측과 자연환경 훼손, 문화자원 보호 필요성을 주장하는 케이블카 설치 반대 측이 대립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2일 “이달부터 신불산 등억온천지구~억새평원 구간에 설치하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 여부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하는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에서 최종 사업 추진을 허가하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길이 2.48㎞, 10인승 캐빈 50여대로 운영된다. 세진중공업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644억원을 들여 하반기 착공, 내년 말 설치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찬성 입장이다. 울주군 지역발전협의회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조속한 사업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설치 관련 반대 목소리가 20년 동안 계속됐다. 이러한 일부 목소리가 전체 울산시민 목소리인 것처럼 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통도사 등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반대한다. 통도사 스님들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신불산 일대는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보전가치가 높은 산지습지가 있어 길이 보전해야 할 공공재”라며 “또 케이블카 설치 지점이 통도사가 위치한 영축산 정상과 불과 2㎞ 떨어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통도사 수행 환경을 해치는 등 폐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경남 양산지역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건설과 운행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되고, 야생 동식물을 삶터에서 몰아낸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월에도 케이블카 설치 반대 집회와 행사를 열었고, 지난달 24일엔 울산지역 환경단체가 반대 집회를 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 측은 “케이블카 상부정류장과 통도사는 직선거리로 5㎞ 이상 떨어져 있고,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까지도 2㎞ 이상 떨어져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가 가진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으면서 양해와 설득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