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고공비행하고 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기준)로 전년 동월대비 3.1% 올랐다. 2월 상승률 3.1%와 같다. 여전히 농축수산물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농축수산물은 11.7% 올라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애플레이션’(사과+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사과는 무려 88.2%나 올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40년 만에 최고치다. 대체재인 배(87.8%), 귤(68.4%) 등의 풍선효과까지 가져왔다. 서민들의 한숨만 늘어간다.
정부가 지난달 중반부터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4월부터는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안정화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강(强)달러’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는 수출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스럽다.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도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선거로 늦춰진 공공요금의 인상도 불가피하다.
이런데도 여야는 총선을 겨냥한 ‘돈풀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당은 핵심 생필품에 한해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내놓았다. 세수 펑크가 여전한데도 세금을 또 깎아 주는 것은 악성 포퓰리즘이다. 앞으로 특정 품목의 물가가 뛸 때마다 더 많은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게 뻔하다. 조세체계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야당도 질세라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과 출생기본소득 등 돈뿌리기 정책을 잇따라 발표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부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개발계획 발표 등 돈 드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올해 물가목표인 2.6% 달성은커녕 총선 후 물가가 더 오를까 걱정스럽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하반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간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물가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어제 정부가 사과·배의 계약재배 물량을 2030년까지 생산량의 30%까지 늘리는 내용의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내놓은 건 시의적절하다. 이를 토대로 기후에 민감한 농산물의 체계적인 생산·유통·관리에 나서야 한다.
[사설] 두 달 연속 3%대 물가 상승, 돈풀기 공약부터 접어라
기사입력 2024-04-02 23:11:27
기사수정 2024-04-02 23:11:26
기사수정 2024-04-02 23:11:26
사과·배 상승 폭 40년 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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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 아닌 근본적 관리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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