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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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지원론 41% vs 심판론 46%… “밑바닥 표심, 까봐야 알쥬” [4·10 총선]

‘캐스팅보트’ 충청권 민심 탐방

민주 우세지역 12곳·국힘은 1곳
청주 등 12곳 오차범위 내 접전
與, ‘단체장 컨벤션 효과’ 기대 이하
‘尹 지지’ 대선 때와 분위기 달라져

보수 ‘텃밭’ 홍성·예산 최고 격전지
대전 50대 “공약보다 당대당 승부”
충주 60대 “정책보다 고발전 혼탁”

중원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선거마다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온 충청은 지난달 한국갤럽 여론조사(4004명, 전화면접)에서 정부 지원론(41%)과 심판론(46%)이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전국 8개 권역 민심 격차(8∼66%포인트) 중 가장 작은 수치다. 전국 평균은 정부 지원론 39%, 정부 심판론 50%다.

사진=뉴시스

2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충청권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분석한 결과 충북 청주 흥덕, 세종을, 대전 유성갑·을 등 12곳(42.9%)은 더불어민주당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곳은 단 한 곳(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뿐이었다. 청주 상당, 충주 등 12곳은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졌다. 충남 아산갑·을과 대전 중 3곳은 여론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충청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체 28석 중 민주당 20석, 국민의힘 8석을 각각 선택했지만 2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대전·충남·충북·세종 등 4명의 시·도지사를 모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20대 대선 결과 충남·북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고, 세종에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7%포인트 앞섰다.

 

지역 정가에선 지방자치단체장 컨벤션 효과 등으로 국민의힘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한 분위기였지만 정권심판론이 비등해지면서 민주당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까 봐야 안다’고 표현되는 충청 표심은 개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충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에 사는 박모(61)씨는 “4년 전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3명 모두 민주당을 선택하면서도 함께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을 선택한 것이 천안의 집단지성(민심)”이라며 “양당 모두 적극적 지지층만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 밑바닥 민심은 끝까지 누가 옳고 그른지를 지켜보는 정중동 흐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유세 첫날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 승부수를 띄웠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불통과 독선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외치며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전에 사는 최모(51)씨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을 들고 나왔지만, 어느 세월에 이뤄질지 모를 이 프러포즈에 혹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선거는 지역 공약보다는 당대당 승부에 더 많은 표심이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세종에 사는 신모(48)씨는 “그동안 국회 분원의 세종시 이전이 지지부진했는데 여당이 국회를 완전 이전하겠다고 공약해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카드 공약에 대한 기대감과 정권심판론이 맞서는 양상이다.

 

충남도지사를 지낸 민주당 양승조 후보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국민의힘 강승규 후보의 맞대결이 진행되고 있는 홍성·예산은 충남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홍성군민 이모(63)씨는 “지역의 정치 정서 자체가 보수 성향이 짙어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느냐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는 양상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지금까지 선거처럼 보수 후보가 당연히 쉽게 당선될 것이라고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은 지난 36년간 보수정당 의원을 배출했지만 현재는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중원의 혈전으로 불리는 충북에서는 각종 의혹 폭로와 고발전이 난무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청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44)씨는 “후보의 공약은 물론 정치 철학, 청렴성 등도 몰라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공보물과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올바른 국회의원 생활을 할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청원·서원·상당은 모두 접전지로 분류된다.

 

충주시민 박모(63)씨도 “초반에 정책과 공약 대결이었던 총선이 고발 등을 운운하며 공방전만 펼친다”며 “유권자에게 자기의 공약과 비전, 철학 등을 설명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선거가 끝나면 모두 취소하는 뻔한 행태의 입씨름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주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청주·대전·천안=윤교근·강은선·김정모 기자, 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