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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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2주소제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전북연구원 대안 제시 ‘눈길’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1인 2주소제’ 도입 필요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속적인 저출산 추세와 인구 유출에 시달리는 전국 농어촌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위기에서 나온 처방이다.

 

전북연구원은 2일 이슈브리핑을 통해 ‘1인 2주소제’가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기에 이를 올해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에 국가 시범 사업으로 도입해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1인 2주소제란 국민 1명이 여러 주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질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로 ‘복수주소제’, ‘제2주소제’, ‘가주소제’ 등으로도 불린다.

 

연구 골자는 시범 특례를 통해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지방재정 확충과 인구 유입에 기여하게 되면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전북연구원은 “주민등록상 주소 이외에 부주소를 부여하면 비수도권 지역으로 생활 인구가 유입되고, 세금 분할 납부로 지방재정이 확충될 수 있으며, 행정 수요도 적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전북에 시범 도입할 경우 대상자는 생활·체류 인구를 포함한 혁신도시 이주 기관 종사자, 대학 입학 외지인, 장기체류 기업인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민등록상 현재 전북 인구는 185만명이며,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는 149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1960년 대비 인구감소율이 -37.9%로 광역권 중 1위에 해당한다.

 

1인 2주소제가 연구 대상에 오른 것은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이 ‘5도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살기)’, ‘워케이션(휴가와 업무 병행)’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에 부거주지 등록제, 제2거주지세를 적용해 지방세수 증대와 휴양지, 대학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증가 효과를 누려왔다.

 

현재 국내 민법은 ‘주소를 두 곳 이상 둘 수 있다’고 명시한 반면 주민등록법은 ‘공법상 주소는 1개’로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법률 충돌을 막을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지만, 전북자치도에 이를 시범으로 적용할 경우 특별법 내 특례 조항 신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연구원은 “국내에 1인 2주소제를 도입할 시 주민의 권리와 의무 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점진적 적용이 필요하다”며 “전북형 특례 시범 사업의 경우 초기에는 부주소민에게 공공시설 이용 등 행정적 혜택은 허용하되, 납세 의무는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지은 연구위원은 “이 제도는 전북자치도처럼 지방소멸 지역이자 특례 수행이 가능한 지역을 시험 공간으로 삼아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풍선 효과는 사전에 대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정책 성공을 위해선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1인 2주소제를 공론화하고 비수도권 자치단체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