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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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 ‘임종기→ 말기’ 사회적 논의 추진

복지부, 2차 연명의료계획 의결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 필요”
무연고 환자도 선택하게 제도 보완
연명의료 계획 말기전 작성 검토도

호스피스 전문 188곳→360곳 확대

정부가 암 환자 등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앞당기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 현재는 병의 말기 진단 시에만 연명의료 계획서를 쓸 수 있지만, 말기 이전에도 가능하도록 계획서 작성 시기도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2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호스피스는 말기 암 환자 등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존엄한 삶을 유지하고,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말기 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제도적 확립을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는 2차 종합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적으로 임종기와 말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운데, 법적으로는 임종기에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전문가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향후 임종기가 아닌 말기에도 자기결정권 보장 차원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의사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정부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연명의료 가능 의료기관)를 지난해 430곳에서 2028년 650곳으로 확대한다. 종합병원은 250곳(전체의 75%), 요양병원은 280곳(전체의 20%)으로 위원회를 늘리고, 중소병원의 위원회 설치 확대를 위한 공용 윤리위원회도 12곳에서 20곳으로 늘린다.

아울러 환자의 뜻을 알 수 없고,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가족이 없는 환자도 있다”며 “이런 환자들에 대한 외국의 사례 등을 연구해 왔고, 지난해 5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도 이 경우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 제도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이슈를 논의할 자체 협의체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이와 함께 정부는 누구나 존엄하게 생의 마지막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전문 기관을 지난해 기준 188곳에서 2028년 360곳(소아전문·요양병원 기관 포함)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 기관은 입원형·가정형·자문형으로 나뉘는데, 각각 109곳, 80곳, 154곳으로 확충한다. 이를 통해 호스피스 대상 질환자의 이용률을 지난해 33%에서 2028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호스피스 서비스 수요 등을 반영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13개)과 학계 의견 등을 토대로 연명의료 중단 대상 질환도 더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서비스 대상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등 5가지다.

아울러 환자와 가족을 위한 영적(종교적) 돌봄 등 서비스를 개발하고, 소아·청소년 환자의 가족 돌봄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