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1인 2역으로 “동생이 법원 직원”이라 속여...1490억원 가로챈 중년 여성들

클립아트코리아

‘1인 2역’으로 동생이 법원 경매계 직원인 것처럼 꾸며 149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중년 여성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김정민·남요섭)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8년을 받은 A(57)씨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또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B(61)씨에게는 1심 징역 2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C(66)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피해자 23명으로부터 사기 행각을 벌여 1490억여원 상당의 피해를 준 혐의로 기소됐다. 적극적으로 모집책 역할을 한 B씨와 C씨 역시 수수료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에 따르면 앞서 A씨 일당은 “A씨의 동생이 법원 경매계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특정 경매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두 달 안에 투자금과 배당금을 함께 받을 수 있다”고 속였으며 투자설명회까지 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의 동생은 법원 직원이 아니었다. A씨는 범행을 위해 직접 동생 행세를 하며 ‘1인 2역’으로 치밀하게 투자자들을 속였다. 고수익 보장 경매 사업도 실체가 없었다. A씨는 “투자가 성공하려면 동생이 다른 곳으로 발령받지 않도록 법원장에게 금 로비를 해야 한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피해자들에게 귀금속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규 유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 장기간 피해자들을 속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등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오랜 기간동안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 규모가 막대하고 피해자 대부분이 현재까지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면서도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씨에 대해선 양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형량을 다시 정했다”고 판시했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