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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세게 넘는다” 美 MD에 막힌 北, 극초음속으로 뚫는다 [박수찬의 軍]

한반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역내에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망이 구축되어 있다. 미국 MD 외에도 미국과 상호운용성을 갖춘 한·일의 방어체계가 가동중이고, 그 성능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미사일 방어체계가 없는 북한으로선 MD를 뚫기 위한 카드가 필요하다.

 

북한이 내놓은 카드는 극초음속이다. 북한은 지난 2일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탄도미사일(IRBM)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겹겹이 구축된 MD를 속도로 뚫겠다는 의도다. 다만 북한의 극초음속 기술이 MD를 무력화할 수준인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에는 ‘일거양득’ 카드

 

북한은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사거리를 1000㎞ 내로 국한시키고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지연과 능동 구간에서의 급격한 궤도 변경 비행 방식으로 속도와 고도를 강제 제한하면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활공 도약형 비행궤도 특성과 측면기동 능력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를 찍으며 비행해 사거리 1000㎞ 계선의 조선동해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화성-16나형이라고 공개한 미사일은 2단 고체연료 추진체에 글라이더형 탄두부를 탑재했다. 전체적인 개념은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DF-17과 비슷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평양시 교외의 군부대 훈련장에서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2019년 실전배치된 DF-17은 괌과 오키나와 주둔 미군기지를 겨냥한 극초음속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다. 미사일 활공고도가 60㎞에 불과하다.

 

북한은 앞서 2021년 9월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을 선보인 바 있다. 화성-12형 IRBM을 추진체로 하는 화성-8형은 외형과 달리 성능은 극초음속미사일의 특징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7월 열병식에선 화성-12나형이라는 극초음속미사일이 등장했다. 화성-8형과는 재진입체 길이가 다소 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것은 재진입체 하부에 날개가 커졌고, 형상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글라이더형 극초음속미사일 특징에 원뿔형인 기동식 재진입체(MARV) 특성이 섞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이나 MARV의 가장 큰 특징은 활공비행이다.

 

탄도미사일은 말 그대로 탄도 모양의 궤적으로 비행한다. 극초음속미사일이나 MARV는 발사 직후 상승 및 중간단계를 지나면 활공비행을 하고 낙하한다.

 

다만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의 10배를 훨씬 넘는 속도로 먼 거리를 활공한다. MARV는 음속의 10배 미만 속도이며, 극초음속미사일보다 짧고 폭이 좁은 활공비행을 한다.

 

미사일 낙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넓어지므로 요격작전에서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된다. 패트리엇(PAC-3)같은 저고도 요격무기로는 방어가 쉽지 않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평양시 교외의 군부대 훈련장에서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미사일이 발사대에서 기립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 발표대로라면 1단 추진체가 점화하면 곧바로 각도를 조정하며 사전에 정해진 대로 비행한다. 추진체가 모두 연소하면 1단은 분리되고 2단이 점화한다. 2단은 내장된 컴퓨터의 지시를 받아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면서 궤도를 유지한다. 2단 연소가 끝나고 재진입체와 분리되면 상승단계가 끝난다.

 

이후 재진입체가 비행하며 외기권을 날아가다 대기권으로 하강하며 종말단계에 접어든다. 이때 다시 상승하고, 다시 하강하면서 수백㎞를 활공한 뒤 표적을 타격한다.

 

북한이 전날 발사한 화성-16나형은 극초음속미사일의 기본적 특성(음속 5배 이상 속도 및 활공도약 비행)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비행능력 확인에 초점을 둔 발사로서 극초음속비행과 활공도약은 성공한것으로 보인다”며 활공비행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군 현무-ⅡC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음속의 9배 속도를 낸다. 단순히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를 냈다고 해서 극초음속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 DF-17은 음속의 10배 이상, 러시아 아방가르드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의 27배에 달하는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번 발사로 고출력 고체연료 IRBM 기술을 확보했다. 북한이 2일 쏜 미사일에 대해 합참은 추력을 강화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북한이 공개한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에서는 화염이 기존보다 길어진 것처럼 보였다.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DF-17이 행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비행거리 연장 및 속도 향상과 관련 있다는 평가다.

 

활공비행을 하면 전체 비행거리는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길어진다. 따라서 추진체 연소시간도 더 길어져야 한다. 재진입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비행하려면, 추진체 추력도 높여야 한다.

 

이같은 수준의 고체연료 IRBM을 만들면 액체연료를 쓰는 화성-12형 IRBM보다 지상에서 더욱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고, 한·미 연합군에 발사 준비동향이 드러나지 않은 채 신속한 발사도 가능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빈틈’으로 남아있던 IRBM을 고체연료로 바꾸면, 북한 미사일 전력은 그만큼 기술적으로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핵보유국은 초기에는 전략핵·액체연료 위주의 발사체를 운용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되고 경험이 쌓으면 전술핵·고체연료 발사체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도 이와 동일한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괌 사드 돌파 노리나…기술적 한계도

 

북한의 신형 IRBM 표적은 한반도에서 3000여㎞ 떨어진 괌의 미군기지일 가능성이 높다.

 

괌은 미군 전략폭격기가 전개하는 앤더슨 기지,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한 군함들이 정박하는 아프라 기지 등이 집중된 섬이다. 인도태평양 역내 미군의 작전 허브이자, 한반도 유사시 출동할 미군 증원전력의 출발지점 중 하나다.

 

북한으로선 괌을 제압해야 유사시 주도권 장악을 노릴 수 있다. 북한이 무수단 IRBM을 개발한 것도, 2017년 북한과 미국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북한이 화성-12형으로 괌 포위사격 위협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지난 26일 무기 전시회를 참관했다. 왼쪽 끝에 극초음속미사일 탄두부가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위협에 맞서 미국은 괌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고 있다. 괌 북서쪽에 위치한 사드 포대는 북한의 IRBM 공격으로부터 괌을 보호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최근 괌 사드 포대의 평가 훈련을 공개했다. 지난달 11~15일 진행된 훈련은 전투 상황에서 사드 시스템을 배치, 운영 및 유지하는 능력을 점검했다. 이를 위해 전투 준비 상태와 숙련도를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이 이뤄졌다.

 

북한 미사일이 괌에 접근하기 전에 바다에서 요격하는 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된 SM-6 함대공미사일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표적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SM-6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항공기를 요격하는 미사일로서 미 해군에서 사용중이며, 한국도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 탑재할 예정이다.

 

괌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역내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요격망을 돌파할 확률이 높은 탄도미사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음속의 27배 속도로 날아가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극초음속미사일 정도의 성능이 아니면, 사드나 SM-3·6의 요격시도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고도에서 일정 건물 위주의 방어능력만 지닌 PAC-3와 달리 사드와 SM-3·6는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넓은 면적을 방어할 수 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표적을 정확히 파괴할 능력을 지녔는지도 문제다.

 

빠른 속도와 활공 도약 및 비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최종 유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평양시 교외의 군부대 훈련장에서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이 발사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표적을 타격하려면 탄두를 조종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종말센서가 필요하다.

 

미국이 1980년대 운용했던 퍼싱-Ⅱ IRBM은 MARV 재진입체에 당시 기준으론 첨단 기술인 능동 레이더 종말유도 방식을 적용해 정밀타격능력을 갖췄다.

 

북한도 이와 유사한 기술을 갖추기를 바라겠지만, 북한이 이를 실현했는지는 미지수다. 정찰위성에서 확보한 정보를 미사일에 전하는 데이터링크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추가 발사와 기술개발, 러시아와의 교류 및 해킹 등을 통해 이같은 부분을 확보하고 검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전투기나 함정이 없는 북한에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국방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북한은 그동안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미국 방식을 사용하면서까지 미국 MD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