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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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해 해상에서 ‘대북제재 위반 연루’ 의심 선박 나포

국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무국적 선박이 정부 당국에 의해 나포됐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쯤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3000t급 화물선 ‘더 이(DE YI)’ 호를 제재 위반 연루 혐의에 따라 붙잡아 억류했다. 이는 미국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부산 서구 암남공원 앞바다 묘박지에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3000톤급 화물선 'DEYI'호가 정박해 있다. 뉴스1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선박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와 관련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세부 사항은 답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선박은 과거 토고 선적이었다가 현재는 무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이 정선 명령에 불응해 해양경찰은 선박에 진입해 부산 남항 묘박지로 이동시킨 상태다. 선박에는 중국인 선장과 중국·인도네시아 선원 등 1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선박 측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해 당국은 내부 화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선박은 지난달 17일 중국 산둥성 스다오항에 기항한 뒤 북한을 거쳐 러시아로 향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위치추적 사이트에서는 북한을 경유한 사실이 포착되지 않아, 선박 위치를 외부로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중간에 끈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상 금지행위에 연루된 선박을 자국 영해상에서 나포·검색·억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항구에 입항한 제재 위반 의심 선박을 억류한 사례는 다수 있다.

 

2019년 4월 유류 환적과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던 파나마 선박 1척과 토고 선박 1척이 각각 부산, 포항에 입항한 뒤 조사를 위해 출항이 보류된적이 있었다. 또 2018년 10월 한국 국적 선박 1척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출항이 보류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영해상 나포 조치까지 한 것은 보다 적극적인 결의 이행으로 해석된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불발된 직후 정부의 대북제재 관련 감시는 촘촘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전날에도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와 북한의 불법 해외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선박 2척, 기관 2곳, 개인 2명을 새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만을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발표한 건 최초다. 이보다 앞서 위 선박의 나포도 이루어진 셈이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009년부터 대북 제재 이행의 감시탑 역할을 하던 전문가 패널은 30일부로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일단 정부는 동맹·우방과의 연대로 제재 감시망을 강화해 패널 부재 공백을 최대한 메운다는 방침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