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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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 근로감독 해달라는데…의대 교수는 근로시간 상한 제한 없어

국공립·사립 의대 교수, 공무원 복무규정 적용
“근로시간과 관련해 근로 감독할 수 없어”

의과대학 교수들이 고용노동부에 수련병원의 근로 감독을 강화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장시간 근무가 누적돼서인데 의대 교수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적용받고 있어 실제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 현장을 떠난 지 44일째인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일 고용부에 ‘전공의 수련병원 근로 감독 강화 요청의 건’에 관한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련병원 교수들이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데 관해 근로 감독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뒤 교수들에게 업무가 몰린 탓이다. 두 번째는 과로사 예방을 위해 수련병원 경영 책임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할 수 있게 지도해달라는 요청이다. 

 

전의교협은 장시간 근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자 지난달 26일 전국의 수련병원 원장에 “의료진의 적절한 진료를 위해 법정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시간인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고용부는 의대 교수들이 연장근로 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하는 데 관해 근로 감독을 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공립 의대와 사립 의대 대학병원으로 나누어 볼 때 국공립 의대 교수는 교육공무원법을 적용받는다. 사립 의대 교수는 사립학교법을 적용받아 복무에 대해서는 국공립 교원의 규정을 준용하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국공립 의대와 사립 의대 교수 모두 공무원 공무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공무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맞지만 근무시간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52시간’이 아닌 국가공무원법 등 법령을 별도 적용받는다. 관련 법상 초과 근로시간의 상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연장 근로수당 청구 상한선만 정해져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의대 교수분들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시간이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는 근로 감독을 할 수 없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부는 전의교협의 두 번째 요청인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보건 확보 의무 준수 지도’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병원 원장 등 경영 책임자에게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니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라’고 사전적으로 예방 조치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의대 정원 증원 여파에 과로사가 실제 발생하진 않은 상태여서 중대재해와 연관 지어 고용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부산대병원 안과 교수가 내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용부는 “부산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가 현장 조사를 나갔지만, 아직 광역 중대재해수사과에서 중대재해법 수사를 시작한 상황은 아니며,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