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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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보따리상’ 기승… 적발해도 벌금 부과도 못해” [차 한잔 나누며]

‘가상자산 범죄연구 전문가’ 황석진 교수

“국내외 가격차 10% 안팎 오가
中 채굴자, 국내서 현금화 기승”
5년간 불법 외환거래액 10조
“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돼야
테라·루나 사태 재연 막을 것”

“김치프리미엄(국내외 가격 차)을 노린 중국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국내에서 현금화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아시나요?”

 

가상자산 범죄 연구 전문가인 황석진 동국대 교수(국제정보보호대학원)는 3일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불완전하다”고 진단하고 이처럼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김치프리미엄이 10% 안팎을 오가면서 이른바 ‘비트코인 보따리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과 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는 가상자산 범죄 분야 전문가다.

 

그는 “예전에는 일명 다이궁(代工)이 곡물을 국내에 몰래 들여왔다면, 이제는 중국 출신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한국인들과 공모해 가상자산을 몰래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범죄 연구 전문가인 황석진 동국대 교수가 3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자금세탁이 현금이나 금, 미술품, 골동품 등을 이용하는 수법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들 채굴자는 한국 공모자의 국내 거래소 주소로 가상자산을 보낸 뒤 한국 측 공모자가 이를 팔아 수익이 발생하면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 적발 금액은 10조3689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렇게 국부(國富)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재정거래(상품 가격이 시장 간 다른 점을 이용해 매매차익을 얻는 거래)를 적발해도 처벌할 근거가 미흡하다는 데 있다. 10조3689억원 중 처분을 받은 금액은 2조2961억원에 불과했다. 실제 포털 사이트 등에는 재정거래 처벌을 피하는 방법을 담은 변호사들의 영업용 글이 다수 게재돼 있는 실정이다.

 

재정거래를 한 개인 투자자에게 벌금 부과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황 교수는 전했다. 그는 “최근 법원 판례를 보면, 해외에서 재정거래를 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벌금 5000만원을 부과한 관세청의 결정에 ‘실효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며 “외국환거래법에서 송금은 신고 개념인 만큼 이를 용인한 은행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과 검찰은 몰수한 가상자산을 팔 수 없어 몰수를 당한 개인에게 넘겨줘 팔리면 환수하는 비효율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하는 ‘금·가 분리 원칙’이 깨진 상황에서 법인 거래를 허용해 김치프리미엄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를 가라지 않고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황 교수는 무엇보다 다음 22대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2단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테라·루나 사태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