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6일 앞두고 4일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할 수 없는 안갯속 선거기간에 들어간다. 여론조사를 보고 대세 흐름을 따르는 ‘밴드왜건 효과’나 열세자를 지지하는 ‘언더독 효과’로 진의가 왜곡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악용되거나 유권자 알 권리를 침해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사전투표(5일) 하루 전인 4일부터 총선 투표마감 시각까지 6일간 새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언론은 공표 금지기간 이전에 시행한 여론조사 인용만 가능하다. 3일 자정까지 조사된 내용은 공표할 수 있다. 선거 기간이 다가올수록 쏟아지는 일부 편향된 여론조사가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해 선거 때마다 해당 기간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등 역효과가 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폐지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의견서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여론조사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공표·보도 금지기간을 규정하기보다, 이를 폐지해 유권자의 판단·선택을 돕는 참고자료로서 (여론조사의) 유용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금지기간 동안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 처리가 되지는 못했다.
행안위 전문위원은 이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폐지하면) “사전투표를 한 사람에 대한 여론조사가 사실상 출구조사를 선거일 전에 공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로 선거 막판 여론 향방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총선에서는 투표 직전 생기는 작은 변수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경우 의대 정원 증원 이슈, 야당의 경우 최근 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막말 논란 등이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만큼 제도 개선에 대한 다각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다양한 국민 요구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판단 기준이라든지 여론이 어떤지에 대한 정보 공유 차원에서 굳이 공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가 많다”며 “우리 정치에서 여론조사 공표금지가 갖는 장단점이 있다. 이제는 여론조사에 휘둘린다기보다는 이(장단점)를 감안하고 투표할 수 있는 국민의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