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음 달 1일 전북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개막해 열흘간 43개국에서 출품한 작품 232편이 관객을 만난다. 슬로건은 지난해와 같은 ‘우린 늘 선을 넘지’다.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 방식에서 탈피해 프로그램과 공간, 이벤트를 통해 장르 간 통섭을 이뤄온 영화제의 정체성과 도전적 정신을 담았다.
영화제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ALL the Long Nights)’이 선정됐다.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월경전증후군(PMS)을 앓는 후지사와 공황장애가 있는 야마조에의 우정과 연대를 그리고 있다. 16㎜ 필름으로 촬영해 아날로그 감각이 두드러진다.
폐작막은 캐나다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의 영화 ‘맷과 마라(Matt and Mara)’. 올해 영화제 초청작 ‘블랙베리’의 감독이자 배우인 맷 존슨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예술이 해온 논리와 언어로 분류할 수 없는 인간 삶에 대한 탐구,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43개국 출품작 232편(국내 102편, 해외 130편)을 상영한다. 국제경쟁 부문은 10편을 선보인다. 지난해보다 143편이 증가한 747편의 출품작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만큼 기대감을 높인다. 대만의 로 이샨 감독의 장편 데뷔작 ‘눈이 녹은 후에’는 네팔로 트래킹을 떠난 감독의 친구 천이 조난으로 세상을 떠나며 시작되는 다큐멘터리다. 헝가리 발린트 레베스, 다비드 미쿨란 두 감독의 다큐멘터리 ‘거리의 소년 사니’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섭외한 여덟 살 난 소년 사니를 10여년 간 기록한 성장 영화다. 우크라이나 출신 감독이 만든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반 침첸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양심수 무스타파’를 통해 1980년 구소련 체제에서 탄압받는 정치범이 돼 고향에 가지 못했던 크림반도 출신 타타르인드르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경쟁 출품작은 역대 최고 수준인 134편이며, 이중 선정작은 10편이다. 올해도 여성에 관한 서사가 주를 이룬다. 피아오 연주회를 앞둔 한 여성의 삶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어텀 노트’(감독 김솔), 한 고교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을 통해 자매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언니 유정’(〃정해일) 등이 대표적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둔 아들의 이야기를 장르적 묘사 없이도 긴장감 넘치게 담은 ‘엄마의 왕궁’(〃이상학) 등 가족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한국영상자료원과 협업해 준비한 특별전 ‘다시 보다: 25+50’은 한국 영화 변천사를 살필 기회다.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아 특별전도 기획해 미공개 작품이거나 10주기를 맞아 소규모로 개봉한 6편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영화제 최초로 청각장애인들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수어를 삽입한 장·단편 영화 10편도 상영한다.
전주국제영화제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전용 공간 조성 사업으로 상영 공간이 다소 확장됐으나, 많은 상영 회차를 확보해 관객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