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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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전공의 만남’ 가능할까… 의협 간부는 “긍정적”, 전의교협 간부는 ‘사퇴’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제안한 가운데 의료계 반응은 엇갈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영했다. 반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해당 만남을 제안한 교수가 “전의교협 입장이 난처해졌다”며 발언에 책임을 지고 보직에서 물러났다.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침묵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서 있다. 연합뉴스

◆의협 간부 “尹·전공의 만날 가능성 있어”

 

의협은 윤 대통령과 전공의가 만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3일 본지 통화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도 “지난주 비대위에서 제안한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을 진행해주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과 만나 현 상황의 타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000명 증원 철회’라는 조건에서만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과의 직접 대화를 제안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은 “대통령실에서 주제와 내용에 제한 없이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쪽도 어떤 제한을 걸고 대화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나서자 입장을 바꾼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전공의가 어떤 제한을 걸고 만날지는 대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에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들어와 있고, 여러 채널을 통해 잘 대화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전공의의 대화는 대통령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 저희(의협)가 말씀드릴 건 없고, 대통령실에서 말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의교협 간부 “개인적 소회였다…난처”

 

전의교협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았던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이날 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기사가 (발언) 의도와 전혀 다르게 나가서 전의교협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전의교협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입장은 ‘대통령은 전공의와 만나라’였는데, ‘전공의는 아무런 조건 없이 대통령과 만나라’는 후렴 부분만 언급이 됐다”며 “그 기사로 많은 분이 혼란스러워하고 전의교협 입장도 곤란해져 사퇴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교수는 전날 전의교협 정례 브리핑에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말했다. 당시 조 교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아빠가 아들을 껴안듯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딱 1분 만이라도 안아달라”고 했고, 박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대통령의 열정과 정성만 인정해줘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는 “전공의들은 정부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7대 요구안’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고 한다. 비판이 커지자 조 교수는 “브리핑 내용은 전의교협 전체 교수의 의견이 아니다. 그동안 홍보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개인적 소회를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사퇴했다. 전의교협은 당분간 언론 브리핑을 중단하기로 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