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세계 최고’ 아리수 배워 간 해외 공무원들 “본국에 적용할 것” [심층기획]

서울 수돗물 ‘해외도시 초청 연수’ 주목
2024년 7개국 8개 도시 공무원 등 참여
“하수 처리 과정·수질 검사 항목 인상적
입상활성탄 사용한 기술 적용도 놀라워”
선진 상수도시스템 사업 수출로 이어져
탄자니아·라오스 등에 ODA추진 사례도

“서울의 수돗물 처리 과정이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수질 검사를 할 때 정부가 정한 기준 말고도 훨씬 많은 항목들을 검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필리핀 케손시(市)의 수도권 상하수도청에서 근무하는 이사벨 비사야 바가포로 상하수도관리부 과장은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2024 서울 해외도시 아리수 초청연수’ 평가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아리수는 116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 수돗물 브랜드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매년 해외도시 공무원들을 초청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서울의 상수도 기술과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는 초청연수를 열고 있다. 올해는 7개국 8개 도시의 물 관련 부서 공무원·공공기관 관계자·연구원 등 1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24 서울 해외도시 아리수 초청연수'에 참여한 7개국 공무원 14명이 지난달 27일 수료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수돗물 처리 공정·품질에 감탄해”

 

연수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서울의 상·하수도 정책방향과 수자원 관리방안, 상수도 발전사, 유수율 제고 사례, 스마트 상수도 운영방안, 서울시 상수도 해외 프로젝트 소개 등 강의와 아리수정수센터, 서울물연구원 등 견학으로 구성됐다. 대전에서 열린 ‘2024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현장 관람과 청계천, 경복궁, 남산타워 등 투어 일정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연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아리수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수 평가회에서 하나 같이 아리수 처리 공정과 품질에 감탄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국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배운 내용들을 잘 적용해보겠단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스리랑카 국가상하수도위원회 소속 인디라딕트 테자프리야 왈라카다 가마게 지하수연구과장은 “물 처리와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며 “제가 일하는 지하수 분야에 잘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온 튜나이 차르파르 상하수도청 연구개발과장은 “한국은 특히 물 분야에서 아주 큰 성공을 거둔 것 같다”고 호평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시(市)의 MD 미자누르 라흐만 상하수도국 감독기술자는 “시민들을 위한 건강한 음용수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며 “우리 도시를 위해 어떻게 배운 것들을 연결시킬지 고민하고, 여러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적용 계획을 언급한 이들도 있었다. 베트남 호치민 상하수도공사에서 근무한다는 콴 쑤안 보 수처리생산설계과 팀장은 “(서울의) ‘스마트 워터마이닝’에 굉장히 관심이 갔다”며 “가정 단위에서 시범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웃어보였다.

 

케손시의 바가포로 과장은 “정수장, 하수 처리 과정에서의 하이테크 처리 공정, 온라인 모니터링, 수질 검사 부분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무엇보다 필리핀의 호수(취수원)와 비교하면 한국은 전혀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깨끗했다“고 놀라워했다.

 

이스탄불에서 온 차르파르 과장은 “(아리수가) 악취를 제거하고 수질을 높이기 위해 ‘입상활성탄’을 사용한 기술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놀라웠다”고 말했다.

◆사업수출·ODA로 이어진 사례도 적잖아

 

올해까지 포함하면 아리수 초청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39개국, 93개 도시의 291명이 서울을 찾았다고 아리수본부는 설명했다.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도시 관계자들도 참여했다고 한다. 아리수본부는 서울의 선진 상수도 시스템을 눈으로 보고 돌아간 이들이 가교 역할을 해 사업 수출까지 이어진 사례도 적잖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도시·농촌지역에 상수도 시설 개선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제안해 선정된 일이다. 아리수본부 직원이 전문가로 참여해 2026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미 온두라스 테구시갈파시(市)에는 유효기간 8년이 지나 국내에서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계량기를 무상원조해 상수도 인프라 구축을 도왔다.

 

이 밖에도 베트남 후에 식수시설 개선사업, 페루 찬차마요 수도시설 개선사업 등 다수의 해외 상수도 사업을 이끌었다고 아리수본부는 덧붙였다. 올해는 라오스 지방 소도시와 식수 시설을 확충하고 상수도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ODA 사업을 서울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라오스 당국이 협력해 추진 중이다. 시는 앞으로도 물 관리와 보건위생 분야의 도움이 필요한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등 우선지역 17개국을 중심으로 ODA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아리수본부 관계자는 “상수도 기술 수준이 국가별로 차이가 심해서 개별 국가에서는 적용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아리수 초청연수가 마중물이 돼 ODA와 연계하고 국내 업체들이 수원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서울시의 국제협력기금을 활용한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선 현지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초청연수를 통해 각국 도시에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들을 수 있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주영·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