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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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부족들이 나타나 ‘나다움’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고?… 서울시뮤지컬단 2024년 첫 작품 ‘더 트라이브’

소심한 성격의 고대 유물 복원가 조셉과 번번이 계약이 엎어져 자존감이 바닥인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 클로이는 소개팅에서 만난 조셉의 직장인 유물전시관을 둘러보다 조셉이 가장 아끼는 고대 유물을 실수로 깨뜨린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이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낯선 고대 부족들이 나타나 둘을 에워싸고 흥겹게 춤추며 노래한다. 평소 마음에도 없던 말을 하고 산 조셉과 끌로이는 결국 부족들과 어울려 놀면서 솔직한 마음을 후련하게 발산한다.

 

뮤지컬 ‘더 트라이브’에서 조셉 역을 맡은 강찬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공개된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더 트라이브’의 주요 장면이다. 이달 19일 개막하는 이 작품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전동민 작가 겸 연출가, 임나래 작곡가 겸 음악감독과 의기투합한 창작뮤지컬이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유쾌한 고대 부족까지 출몰하는 환상을 가미해 밝고 재미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동민 연출이 20대 시절 원시 미술품을 전시하는 파리의 한 박물관에 갔다가 영감 받아 쓴 작품이다. 전 연출은 “거짓말에 대해 생각을 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나다운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나다운 선택을 하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설명했다. 이어 “서울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쓰면 부족이 하회탈을 써야 할 것만 같아서 부족하면 (바로) 떠오르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 다인종이 살아가는 파리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부족 음악과 춤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정겹고 신난다. 임나래 작곡가는 “평소에 부족 음악을 들어보질 않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고등학생이 (재미 삼아) 부르는 부족 음악부터 실제 부족들이 부르는 영상까지 다 찾아봤다”며 “한국 사람이 따라 불러도 신날 수 있게 만들면서 동시에 실제 부족처럼 들리도록 하느라 고민이 컸다”고 했다. 

 

뮤지컬 ‘더 트라이브’ 창작진. 김덕희(왼쪽부터) 예술감독, 전동민 연출, 임나래 작곡가, 박신별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배우가 11명이나 등장하고, 5인조 라이브 밴드(기타·피아노·키보드·베이스·퍼커션)가 연주하는 등 중극장급 규모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신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뮤지컬단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젊은 창작진을 믿어보기로 했다”며 ”‘성공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보며 이게 MZ세대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강찬과 김범준이 조셉 역을, 김이후와 서유진이 끌로이 역을 번갈아 맡는다. 

 

전 연출은 “우리 공연을 보는 동안 관객이 잠시 현실과 거리를 두고 유쾌한 분위기에 퐁당 빠졌다 부족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러 돌아갔으면 한다”며 “나중에 거짓말하게 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이 작품이 떠올라 미소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5월5일까지 공연.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