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의 선거공보물이 제 주소로 와 있어서 처음엔 잘못 왔나 했어요. 저는 혼자 살고 있거든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29)씨는 최근 우편함을 열어보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공보물 외에 같은 주소로 '이○○'라는 이름이 적힌 공보물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김씨는 다른 사람 이름이 적힌 공보물을 반송함에 넣었지만, 께름칙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집에 월세로 이사 온 뒤 다른 사람이 같은 주소로 주민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면서 "부동산에 물어보니 이전 세입자인 것 같다면서도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집주인에게 물어봐야 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초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작성한 선거인명부를 지난달 29일 최종 확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틀 뒤 공보물 발송 작업을 마쳤다.
이런 가운데 김씨처럼 이전 세입자가 지자체에 주소 변경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새 거주자가 그의 공보물까지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이런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작성자는 지난 1일 "전세 계약으로 빌라에 들어왔는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온 선거공보물이 있어서 주민센터에 전입 세대를 확인해봤다"며 "나 말고도 누군가 전입신고 돼 있어서 황당했다"고 적었다.
주민등록등본만 봐서는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자신과 같은 주소로 전입신고돼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현행 제도상 가족 관계가 아닌 동거인이면 같은 주소에 살더라도 세대주로 각각 인정해줘 세대주가 여러 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외에 세대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분증과 임대차 계약서를 가지고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전입 세대확인서'를 열람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전입세대확인서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다른 세대가 있다면 세입자는 신분증과 임대차 관련 서류를 들고 관할 주민센터에서 '거주 불명 등록'을 통해 타인의 주민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잘못 발송된 타인의 공보물은 우체통을 통해 반송해야 한다. 반송된 공보물은 관할 선관위로 전달돼 처분된다.
그러나 실제 타인의 공보물을 받은 이들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한다. 온라인상에도 전 세입자 명의로 발송된 공보물을 버려도 되는지 의문이라는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선거마다 계속해서 올라왔다.
선관위에도 관련 문의 전화가 잇따른다고 한다.
공보물을 임의로 파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공직선거법이나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그러나 고의성이 있는 사안에 한정될 뿐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러 다른 집에 꽂혀 있는 우편물을 버린다든가 고의로 파기했다면 (법적인) 문제가 된다"면서도 "주소 이전을 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공보물을 버린 경우는 고의성이 있는지 등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해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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