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특수한 사례다. 판단의 근거가 된 건 인격.’
3일 일본에서 국민의 신뢰에 반하는 판사의 반복되는 행위를 이유로 파면을 결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센다이고등재판소에서 근무하던 오카구치 기이치(岡口基一) 전 재판관(판사)의 파면 결정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국회 재판관탄핵재판소는 오카구치 전 재판관에 대해 “국민의 신탁(信託·믿고 맡김)에 반했다”는 이유로 파면 판결을 내렸다. 요미우리는 “판결에 불복하는 것이 불가능해 바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오카구치 재판관은 실직했고, 법률가 자격도 잃어 변호사가 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재판관 파면된 것은 2차 대전 이후 이번까지 8번째지만 이번 재판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부적절한” 글이 파면 결정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오카구치 전 재판관이 트위터(현재의 ‘X’)를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하루에 10∼15 건의 글을 올려 지금까지 약 4만 건을 게재했다. 판사라는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지만 프로필에 실명을 밝히고 얼굴 사진을 게재했다. 아사히신문은 “법 개정 관련 정보 등을 올려 법률가들로 부터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상의를 입지 않고 브리프(남성용 속옷) 차림의 사진을 올리는 등 분방한 게시물은 물의를 일으켰고, 최고재판소(대법원)은 ‘판사의 품위와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018년, 2020년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유난히 튀는 SNS 활동이 부적절하긴 했으나 ‘현저힌 비행(非行)’으로 판단돼 파면 결정까지 이른 근거가 된 것은 재판과 관련해 유족을 모욕한 것이었다. 그는 2017년 도쿄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해사건과 관련해 “괴로워하는 여성에 성적흥분을 느끼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됐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피해자의 존엄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유족의 항의에 대해 “나를 비난하도록 세뇌되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건과 관련된 글을 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탄핵재판소는 오카구치 전 재판관의 SNS 활동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되고, 의도적으로 유족에게 상처를 주려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재판관 직책의 무게감”을 고려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탄핵재판소는 “재판이 분쟁해결 등에 역할을 하는데는 국민의 신뢰가 불가결하다”며 “재판관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얻는 품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