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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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2023년 중국 시장 점유율 1년 만에 ‘반토막’… 머스크 "전기차 업계 불황 탓"

테슬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지난 1년여 동안 절반 가까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이 주춤한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까지 점점 입지를 잃어가며 테슬라의 위기가 한층 심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0.5%에서 4분기 6.7%로 축소됐다. 1년여만에 절반 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CPCA는 지난 3월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수출용과 내수용을 구분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2월까지 두 달간 공개된 수치를 바탕으로 집계한 중국 시장 점유율은 약 6.6%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9%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지난 몇 년간 모델3 세단과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의존해온 사이 비야디(BYD)와 리샹(리오토), 샤오펑(엑스펑), 샤오미 등 여러 중국 현지 업체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발표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비야디는 해치백 스타일과 고급 SUV,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모델을 1만달러(약 1350만원) 미만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에 가격 인하로 대응했다가 수익성이 떨어지자 최근 다시 가격 인상 방침을 발표한바 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공세적인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시장 내 이런 어려움은 세계 시장 전체의 부진으로 연결되는 중이다. 테슬라는 하루전 지난 1분기 전 세계 인도량이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하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월가의 평균 예상치(팩트셋 집계 45만7000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웨드부시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인도량 숫자뿐만 아니라 전략 측면에서도 엄청난 재앙이었다”며 “아마도 4∼5년 만에 머스크와 테슬라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테슬라를 지지해온 유명 투자가 로스 거버도 전날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테슬라의 실적 부진을 지적하며 “이제는 테슬라 주주들이 비난의 화살을 어디에 돌려야 할지 평가해야 할 때다. 테슬라 이사회는 즉각 독립적인 이사들로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테슬라의 리더십 교체를 거론한 것이다. 머스크 CEO는 거버의 이 글을 리트윗한 게시물에 답글로 “그는 자신이 바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멍청이다. 비야디는 지난 분기 판매량이 42%나 떨어졌다. 모두에게 힘들었던 분기”라면서 최근 부진이 전기차 업계 전반의 불황에 기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