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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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도장깨기’ 나선 MZ세대

하바네로. 캡사이신. 마라. 몇 년 간 식품 업계를 주름잡았던 트렌드다. 이러한 매운 맛 열광의 중심에는 MZ세대 소비자들이 있다. 실제 지난해 틱톡에서 ‘매운맛 챌린지’ 영상은 조회 수 1억 7600만 건을 넘겼고, 인스타그램에서는 ‘매운맛 챌린지’ 관련 게시물이 약 300만 건을 넘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에 대해 젊은 층에서 자리 잡은 챌린지 문화가 매운맛 음식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의 매운 음식 먹방(먹는 방송)을 보고 매운 맛 챌린지에 도전하거나 사진을 SNS에 인증하는 행위가 하나의 놀이가 됐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챌린지 열풍은 반갑다. 보다 쉽고 빠르게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각적으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도 되니 기업에게는 일거양득이다. 

 

라면 업계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MZ세대 소비자들의 ‘맵부심’(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는 자부심)을 자극하는 매운맛 라면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하림도 최근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출시하며 매운 맛 라면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트졸로키아, 하바네로, 청양고추, 베트남 고추까지 매운 맛으로 유명한 세계 4대 고추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 해 고추 본연의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매운 맛과 향을 구현했다. 스코빌 지수(캡사이신 농도를 계랑화 한 수치)는 8,000SHU로 팔도의 ‘틈새라면 극한체험’(15,000SHU), ‘틈새 빨계떡’(9413SHU) 다음으로 높다.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은 출시 열흘 만에 쿠팡 전체 구매자 중 88%에게 최고점의 평점을 받으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국물이다. 실제 쇼핑몰 후기에서는 “깊은 국물 맛에 놀랐다”, “인위적인 매운 맛이 아니라 고추 본연의 맛을 강조한 것 같다”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SNS상 에서도 “유튜버 쯔양님이 먹는 것을 보고 도전하게 됐다”, “한국인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매운 맛이다” 등 ‘맵싸한 맛’을 직접 구매해 먹어 본 소비자들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해 하림 측은 “우선 기본적인 매운 맛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며 “1년여 간 연구개발 및 소비자 시식 테스트 끝에 깔끔하고 개운한 매운 맛을 찾아냈으며, 이러한 노력이 소비자 분들께도 닿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팔도는 2022년 매운 맛에 빠진 MZ세대를 겨냥해 한정판 틈새라면 시리즈인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출시 당시 1만5000스코빌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며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소재로 한 유튜버들의 챌린지 영상이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서도 500개가 넘는 관련 해시태그가 올라오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실제로 출시 한 달 만에 한정 물량인 30만 개가 완판됐고, 이후 추가 생산한 30만 개도 조기 소진됐다. 최근에는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와 협업해 ‘틈새 시리즈’ 한정 메뉴인 ‘틈새 모짜렐라 스팸 계란 마리’와 ‘틈새 까르보나라 파스타 떡볶이’를 출시하는 등 매운 맛 제품 다양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스테디셀러인 ‘신라면’의 스코빌지수보다 2배가량 높은 ‘신라면 더레드’를 선보이며 매운 맛 제품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데 이어, 최근에는 기존에 선보였던 비빔면 ‘배홍동쫄쫄면’ 보다3배 더 매운 ‘배홍동쫄쫄면 챌린지 에디션’도 한정 출시했다. 하늘초를 활용한 강렬한 매운맛에 배홍동의 정체성인 배, 홍고추, 동치미의 새콤달콤한 맛을 더한 제품이다. 출시 이후SNS에서는 “생각보다 더 맵다.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맵부심 있는 분들이라면 도전해봐라” 등 매운맛 마니아들의 도전 의식을 부르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오뚜기는 대표 비빔면인 ‘진비빔면’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새 모델로 배우 이제훈을 발탁했다. 초시원매콤한 맛과 초넉넉한 양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진비빔면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배우 이제훈과의 만남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배우 이제훈을 모델로 선정한 이유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매혹적인 남성미부터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꼽았다. 이달 초 새 모델과 함께한 TV CF 촬영을 마쳤으며, 21일부터 ‘초시원, 초매콤, 초넉넉으로 진비빔면 120% 만족’ 콘셉트로 오뚜기 진비빔면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는 배우 이제훈의 군침 도는 먹방 콘셉트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