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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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꼴찌’ 전북, 수원에 이어 설마?…“단조로운 패턴으론 상위권 어렵다”

“현대축구에서 단순한 패턴 한, 두개로는 상위권이 될 수 없다.”

 

지난 시즌 프로축구는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이 1995년 창단 이후 최초로 강등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 2024시즌 K리그1에서도 초반 예상치 못한 명문팀의 몰락이 전개되고 있다.

한때 압도적인 ‘1강’으로 K리그를 제패했던 전북 현대가 16년 만에 최악의 시즌 스타트를 보여 전망을 어둡게 했다. 4일 기준 5라운드까지 마친 2024시즌 K리그1에서 전북은 최하위인 12위로 추락했다. 3무 2패로 단 승점 3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번 시즌 개막 5경기에서 한 경기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팀은 전북이 유일하다.

 

전북이 초반 5경기에서 최하위에 머문 건 왕조를 일구기 전인 2008시즌이 마지막이다. 당시 전북은 1무 4패로 승점 1만 수확했다. 이후 최강희 산둥 현 타이산(중국) 감독의 지휘 아래 전북은 2009시즌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이뤘다. 압도적인 강팀으로 자리 잡은 전북은 역대 최다인 9회 우승을 이루면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리그1 5연패의 대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런 전북은 지난 시즌 성적이 하락하면서 굴욕을 맛봤다. ‘현대가 라이벌’ 울산 HD에게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내준 전북은 지난해 코리아컵(옛 FA컵)을 포함해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한 개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정규리그도 4위에 머물러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티아고, 에르난데스 등 대형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한 전북은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자존심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막상 시즌 뚜껑이 열리자 ‘무승·꼴찌’라는 역대 최악의 분위기로 시즌을 시작한 위기에 놓였다.

추락의 원인은 ‘시스템 부재’다. 전술적 다양성 없이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채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지난 시즌 중간 지휘봉을 넘겨받은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세계일보에 “전북이 선수는 다소 좋아졌을 수 있지만, 움직임과 연계의 체계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부족하다”며 “중앙을 통한 빌드업이 나아지지 않았다. 개인 능력에 의존한 측면 돌파 이후 크로스라는 단조로운 패턴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축구에서는 단순한 한두 가지 만으론 상위권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전북의 전력이 좋아졌다 한들 흔히 ‘감독 놀음’이라는 현대축구에선 무기력하다. 또 다른 구단들의 전력 상승으로 인해 차이가 크지도 않다. 한 위원은 “전북과 다른 팀들의 전력 차이는 전술적, 조직적 움직임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차이”라면서 “현재 K리그는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가 뚜렷하지 않다. 전북이 울산과 더불어 외관상 좋아 보이는 건 사실이나, 그 차이는 전술과 조직으로 메워질 정도”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포항, 김천, 광주, 인천, 강원까지도 경기 플랜과 조직력을 가진 팀들로 보인다. 전력이 좋은 서울도 슬슬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며 “나이가 많은 울산과 체계가 없는 전북의 고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