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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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 견제로 국제무대 이탈한 中 기업 빈자리 공략해야"

국제금융센터, ‘미·중 첨단기술 패권전쟁의 미래와 파급영향’ 전문가 세미나 개최
백서인 교수, “추격자의 관점에서 글로벌 기술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남은영 교수, “중국의 반도체 육성정책, 반도체 주력 수출품인 한국 경제에 큰 도전”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정책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반도체를 수출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양국 강대강 대결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4일 ‘미중 첨단기술 패권전쟁의 미래와 파급영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세미나를 열고 치열한 미·중 경제전쟁과 전망을 짚어보고 한국의 미래 비전 등에 관해 토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G2(미국·중국) 기술분쟁의 현황과 전망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을 도출하고자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 및 동맹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공정을 장악하고 있지만, 중국이 최근 반도체 펀드 조성과 3세대 및 AI 반도체 양산을 추진하는 등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AI 등으로 기술경쟁 전선이 확대되면서 기술 국수주의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둔화,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는 ‘미중의 반도체 갈등과 중국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시점에서 중국의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 가속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디커플링에 해당한다. 중국을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시장으로 두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큰 변화가 다가올 것임을 의미한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에도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 교수는 또 “한국은 삼성전자(시안 공장) 및 SK 하이닉스(우시 공장)가 중국 내에서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도록 미국과의 협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를 AI 시대에 적합한 HBM 등으로 고도화하고, AI 기능 구현에 적합한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 하는 파운드리 육성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금융센터가 4일 개최한 ‘미중 첨단기술 패권전쟁의 미래와 파급영향’ 전문가 세미나에 앞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서인 한양대교수, 남은영 동국대교수, 이용재 국제금융센터원장,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부장. 국제금융센터 제공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안에 글로벌 첨단산업 패권국을 결정할 시기가 올 것이라며 치열한 기술분쟁으로 글로벌공급망도 훨씬 복잡하게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급진적인 산업보호정책이 상호보복을 촉발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관측했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중 AI와 차세대 배터리 경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양국 간 첨단산업 기술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선도자의 관점이 아니라 추격자의 관점에서 글로벌 기술 전략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글로벌 무대에서 이탈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안전한 제조파트너 입지 공고화(TSMC 모델) △미국의 차세대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 지분 확보 △중국의 뚜렷한 ‘거미(去美)’ 전략으로 인한 공백 공략(도요타 모델) 등을 제안했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기술분쟁에서 파생될 수 있는 글로벌공급망 구조변화 등에 적극 대비하면서도 우리나라의 해외시장 개척, 기술력 제고 등의 기회 요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