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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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에 여사 안 붙여서 문제?… 선방위 ‘월권·편파’ 논란

1달여간 법정제재 14건…관계자 징계 8건
선거 직접 연관 없는 방송까지 심의
KBS·MBC 등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언론 위축 우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이번 선방위가 최근 1달여간 결정한 ‘관계자 징계’ 포함 법정제재는 지난 총선 선방위보다 무려 7배 증가했다. ‘김건희 특검’이라는 표현에 ‘씨’나 ‘여사’가 빠져 문제라는 등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방송 내용까지도 제재하면서 선방위가 언론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월권심의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지난 2월1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7차례에 걸친 선방위 심의회의를 살피고 결과를 발표했다. 선방위는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목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합의제 기구다.

 

공동행동은 선방위가 과잉 징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21대 총선 선방위 임기 동안 의결현황을 보면 법정제재는 단 2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관계자 징계’와 ‘경고’는 없었고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인 ‘주의’만 있었다. 이에 반해 이번 선방위는 최근 1달여간 의결만 살펴도 법정제재가 14건에 달했다. 과징금 부과 다음으로 가장 중한 제재인 ‘관계자 징계’가 8건, ‘경고’ 3건, ‘주의’ 3건이 있었다.

 

월권심의 논란도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선거와 직접 관련 없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방송까지 심의 대상”이라며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12차 선방위 심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고발 사주 재판 판결’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다룬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를 전제한 의견진술이 의결됐다는 것이다.

 

선방위의 심의 범위를 두고 방심위 내부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성옥 방심위 위원은 지난달 26일 방송소위에서 “방송소위와 선방위의 업무 영역이 불명확하다”며 “제가 심의할 안건을 선방위에서 계속 중징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원사주나 이태원 참사를 왜 선거방송으로 심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건희 특검’이라는 말에 ‘씨’나 ‘여사’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며, SBS의 한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한 것을 두고도 파문이 인다. 선방위는 ‘방송프로그램의 배열과 그 내용의 구성에 있어서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김건희’라는 호칭을 진행자가 바로잡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선방위의 결정 이후 KBS와 MBC, YTN과 JTBC 등 시사프로그램들이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기존 표현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라고 수정하면서, 언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선방위는 야권 추천 위원들이 퇴장한 채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의결로 결정되는 등 출범부터 구성을 두고 잡음이 발생했다. 당시 야권 추천 위원들은 위원 구성에 개별 방송사에 추천받은 점과 추천 단체가 해당 분야 대표성과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 보수 일색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선방위는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2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호선을 통해 선출한다. 이번 선방위의 임기는 국회의원 선거일 120일 전인 지난해 12월11일부터 선거일 30일 후인 내년 5월 10일까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