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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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안정화·보조금 혜택… 美로 달려가는 반도체·배터리

국내기업, 美생산기지 구축 박차

LG엔솔, 애리조나에 전용 공장
7조2000억원 투입… 2026년 가동
삼성SDI, 단독 공장 조성 추진 중
SK온은 완성차업체와 합작 진행

SK하이닉스 “5조2000억원 투자”
인디애나주서 차세대 HBM 생산
삼성, 22조 파운드리 공장 조성 중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제품 생산기지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력 강화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엔솔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퀸 크릭에 북미 지역 2번째 단독 공장의 첫 삽을 떴다.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주 공장은 첫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으로, 원통형 배터리 36기가와트시(GWh), ESS LFP 배터리 17GWh 규모로 각각 건설될 예정이다. 총 생산 능력은 53GWh에 달한다. 총 7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서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기차(EV)용 46시리즈 배터리를, ESS 전용 배터리 공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2026년 가동 예정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ESS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물류, 관세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즉각적인 현장 지원과 관리 서비스를 위해 미국 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북미 지역에 미시간 단독 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1·2공장을 운영 중이며, GM 합작 3공장과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메모리(HBM) 생산기지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고,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는 것은 반도체 업계 최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신규 라인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고성능 컴퓨팅 자원(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1921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삼성SDI는 현재 건설 중인 합작 공장 외 북미 지역 단독 공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K온도 미국에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공급망 안정화와 미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일정 비율 이상 중국 생산 배터리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도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주정부로부터 최대 92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60억달러(약 7조9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내 자재와 인건비 등으로 건설비용이 상승하고, 미 정부가 보조금을 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는 있지만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지속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