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또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4·10총선 재외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62.8%를 기록했다고 과대 포장했다. 재외국민투표는 국내 투표와 달리 선거 전 공관에 유권자 등록을 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치는데, 이 62.8%는 이 등록 절차를 거친 인원 대비 투표율이다. 전체 재외국민 197만여명 중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9만2923명으로 집계돼 일반적 기준의 투표율로 치면 4.7%에 불과하다. 더구나 투표에 참여하겠다며 등록한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되레 줄었다. 지난 대선 때 소쿠리 투표, 핵심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등 신뢰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선관위가 이번에는 재외선거 투표율을 부풀렸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선관위는 지난해 6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 10명, 일본 3명, 중국 4명, 베트남·호주·필리핀·프랑스·독일에 각 1명씩 재외 선거관 22명을 선거 준비를 위해 파견했고, 체류 지원비용으로 총 33억원을 집행했다. 1인당 1억50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우려해 투표율을 올려서 공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투표 독려 차원에서 선거관을 파견한다지만 예산 낭비가 너무 심하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외교부 대사관 직원들이 선거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때가 됐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처럼 비용과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는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의 도입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경남 양산 사전투표소 몰래카메라 논란이 일 때 보여준 행태도 선관위가 지금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양산 사전투표소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자 관련 기관인 행정안전부와 경찰이 전국 사전투표소 3565곳에 대해 긴급 점검을 벌였는데, 무려 36곳에서 몰래카메라를 찾아냈다. 하지만 선관위는 몰래카메라를 1곳밖에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전체 직원 3000명, 한 해 예산 4000억원 이상을 쓰는 기관의 역량이라고 믿기 어렵다. 선관위가 몰래카메라를 찾는 시늉만 했든가, 아니면 축소발표했든가 둘 중 하나다.
선관위는 일이 터질 때마다 환골탈태하겠다는 얘기를 수없이 했다.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선관위가 말하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선관위라면 공정이 아니라 부실, 불공정, 불법을 떠올릴지 모를 일이다. 오늘과 내일 사전투표부터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정신 바짝 차리길 바란다.
[사설] 재외투표율 ‘과대포장’ 선관위, 이러고서 국민신뢰 얻겠나
기사입력 2024-04-04 23:23:04
기사수정 2024-04-04 23:23:02
기사수정 2024-04-04 2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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