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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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미혼’ 없앤다… 尹 “결혼 관련 페널티 다 없애 메리트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 회의

현 소득 기준 ‘비현실적’ 인식 따라
신혼 대출 기준 완화 2024년 시행 목표
근로장려금 소득 기준 상한 올려
단독 가구 2200만원의 두 배로↑
‘대출 갈아타기’ 담당 거명 칭찬도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일부 정부 대출 사업의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상향하기로 한 것은 신혼부부가 느낄 수 있는 불이익을 해소해 저출생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의 소득 기준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경제 분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결혼 여부에 따라 정부 지원 대책 등에서 제외되는 상황과 관련해 “‘결혼 페널티’가 ‘결혼 메리트(장점)’로 갈 수 있게 결혼 페널티 관련된 건 다 폐지하자”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민생을 챙기는 정부’를 주제로 민생토론회 경제 분야 후속 조치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동안 신생아 특례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요건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일종의 ‘결혼 페널티’로 받아들여졌다. 예컨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한 신혼부부 합산 소득 기준은 7500만원으로 개인(5000만원)의 1.5배에 불과해 혼인 시 기준을 충족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탓이다.

 

이에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면서도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이른바 ‘위장미혼’의 길을 선택하는 신혼부부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특히 저출생·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현재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며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한 물가를 반영하는 차원에서도 소득 기준 완화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파트 분양가, 임금 등이 오른 상황에서 현재의 소득 기준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도 올랐다. 기존의 신혼부부 합산 기준이 너무 낮아 현실화가 필요했다”며 “기준이 완화된 만큼 대출 수요는 늘겠지만 주택 공급량이 제한돼 있어 정부가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신혼부부 대상 대출 기준 완화는 이미 기획재정부와 논의가 진행된 상황이며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라며 “올해 시행을 목표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취지에서 저소득 근로자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의 소득 기준 상한도 단독 가구 소득 요건 상한(2200만원)의 두 배 수준인 4400만원으로 상향된다. 미혼 시절 근로장려금을 받던 단독 가구가 결혼 후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소득 요건이 완화되면 맞벌이 가구에 지급되는 근로장려금은 31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원 인원도 20만7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확대된다.

 

현재 근로장려금은 부양가족 유무 및 맞벌이 여부에 따라 가구 유형을 단독 가구와 홑벌이 가구 및 맞벌이 가구로 분류하고, 소득별로 지급액을 산정해 지원하고 있다.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단독 가구는 소득 2200만원까지가 대상이며 최대 165만원이 지급된다. 홑벌이 가구에는 소득 3200만원까지 최대 285만원이 제공된다. 현재 맞벌이 가구는 소득 3800만원까지 최대 3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맞벌이 가구의 근로장려금 소득 요건 개편안을 반영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의 ‘대출 갈아타기’ 성과를 보고받고, 실무를 담당했던 사무관을 직접 거명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의 대환대출 서비스 도입으로 1000조원의 대출 규모에서 은행의 이자 수입 16조원이 어려운 소상공인, 국민에게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같은 팀에서 또 많은 분이 애썼겠지만, 박 사무관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시다”라고 치켜세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관계 부처 수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뒷줄에 앉아 있던 하급 실무자를 직접 격려한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과제들을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 하위 법령 개정을 상반기에 최대한 마무리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 모두 끝내겠다고 밝혔다.


채명준·곽은산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